아쉽게도 이영애의 사랑은 다음 시즌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이승준, 김산호 사이에 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영애의 해피 엔딩을 오매불망 기다린 애청자들이라면 또 다시 결혼이 무산된 것에 대해 섭섭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4의 러브라인을 다음 시즌으로 넘긴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사실 이번 시즌 기획의도는 회사에서 쫓겨난 영애가 창업을 하고 사장으로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려는 게 가장 먼저 지키고 풀어야 할 숙제였다. 이로 인해 러브라인은 양념으로서만 보는 재미를 더하려 한 것뿐이지, 결코 기본 축이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싶다. 제작진이 영애의 사랑에 대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한상재 PD는 OSEN에 “갑과 을만 드러났던 이 세상에 병, 정도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악덕 사장인 조덕제 캐릭터와 (사장이 된)이영애를 통해 이 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꼬집어 내고 싶었다”고 ‘막영애14’가 추구했던 방향성을 설명했다.
시즌1부터 영애의 연애사를 지켜보며 그녀의 행복한 결혼을 기대했던 애청자들에겐 다소 바라지 않던 결말이 펼쳐졌다. 지난 5일 방송된 ‘막영애14’ 마지막 회에서는 승준을 선택한 영애에게 갑자기 산호가 찾아와 포기할 수 없다며 포옹을 했고 영애는 그런 그의 품에 안겨 어쩔 줄 몰라하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멀리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충격 받는 승준의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에필로그에서 승준과 산호 사이에 누워 행복해하는 영애의 모습으로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지난 8월 10일 시작한 시즌 14를 보며 영애와 산호가 이뤄지길 바라거나, 영애와 승준이 되길 원하는 팬들이 팽팽히 맞섰다. 게시판에 양팀이 치열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대체 이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 될 지 궁금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막영애’는 그 흔한 연애 드라마가 아니지 않나. ‘노처녀 직딩’ 영애가 팍팍한 현실에서 버티고 성공하는 현실을 담아내는 리얼리티를 살린 드라마를 표방한다. 영애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연애담을 통해 설렘지수를 높일 수 있긴 하나, 두 남자 중 꼭 한 명을 선택해 그에게 시집가는 영애는 너무 나약하기만 하다.
한 PD는 영애와 승준, 산호와의 삼각관계에 대해 “사실 기획 초반부터 결말을 지어놓고 시작하지는 않았다”라며 “극 진행상 영애의 선택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고, 보기에 따라 답답하게 느끼실 수도 있지만 ‘막영애14’ 영애의 인생은 16부작 미니시리즈처럼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인생처럼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다음 시즌에서는 영애가 일과 사랑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결혼을 한 영애가 워킹맘으로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우리 사회의 현실에 맞게 이야기할 거리를 던져줄 것 같다.
한 PD는 내년에 방송될 시즌 15에 대해 “’막영애’는 언제나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든 시청자들이 원한다면 (사랑과 결혼에 관한)스토리가 나오지 않겠나”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purplish@osen.co.kr
[사진]'막영애14' 방송화면 캡처·tvN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