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천호진과 최종원이 시청자들을 끌고 나가는 연기 카리스마가 넘쳐 흘렀다. 고려의 정치판을 쥐고 흔들려는 최종원과 그에 맞서는 천호진의 불꽃 튀는 대결이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지난 5일 오후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이하 육룡이)에는 많은 등장 인물이 출연하며 시선을 끌었지만 고려 이성계(천호진 분)와 이인겸(최종원 분)의 갈등을 중심축으로 그렸기 때문에 이들을 연기하는 천호진과 최종원에 자연스럽게 포커스가 맞춰졌다. 뛰어난 연기력이 드라마를 보는 몰입도를 높인 것이다.
고려라는 거악(巨惡)에 대항해 몸을 일으킨 여섯 용의 이야기를 그린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팩션(팩트+픽션) 사극이다.
이날 방송된 첫 회는 정도전(김명민 분)과 이방원(유아인 분), 땅새(변요한 분)의 만남으로 강렬하게 포문을 열었고, 이내 8년 전 함주로 거슬러 올라가 방원의 어린 시절을 그린 역순행적 구성을 보였다. 방원은 활을 잘 쏘고 말을 잘 타며 전쟁에서 매일 승리하는 아버지 이성계의 삶을 동경했다.
어린 방원은 아버지의 수하들을 따라 개경에 들어갔다가 잠시 정신이 팔려 거지들에게 붙잡혀 놀림감이 됐다. 그는 그곳에서 만난 분이와 땅새를 통해 아버지의 부하 중 한 명이 배신자이며 이인겸이 이성계를 감시하기 위해 첩자를 심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앞서 이성계는 형제 같은 사람의 배신을 참지 못했다. 자신의 사병집단에 이인겸이 보낸 사찰을 전하려는 반역자를 발각했고, 단칼에 목을 베어버리는 대담함을 보였다. 훗날 조선의 왕이 될 기개를 드러낸 것이다. 이성계는 왕로부터 도당의 최고위층으로 발탁돼 입경을 눈앞에 뒀다. 정몽주는 그로 인해 원과의 수교를 막고 명과의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며 좋아했지만 이인겸은 이성계를 극도로 경계했다. 그는 정몽주에게 이인겸을 꺾고 전쟁을 막아내겠다고 약속했다.
인겸은 이성계의 약점을 쥐고 두려움에 떨게 하고 싶었지만 그가 욕망과 공포를 드러낸 적이 없다면서 물리치는 데 어려움을 드러냈다. 이날 이인겸이 벌인 연회에서는 이성계를 조롱하는 마당놀이가 펼쳐졌고 이성계를 동료를 배신한 개에 비유해 분노를 유발했다.
첫 방송은 화려한 영상미와 주옥 같은 대사, 매력적인 배우들로 흥미를 자아냈다. 특히 천호진은 타오르는 눈빛 하나만으로 고려 장군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냈다. 여기에 최종원이 팽팽한 연기 대결의 중심을 잡아줬다. 탐욕을 추구하는 귀족 이인겸의 추악한 모습을 그리며 뿜어내는 존재감은 대단했다. 이성계가 앞으로 이인겸을 어떻게 물리치고 대결에서 살아남을지 기대를 높였다.
‘육룡이 나르샤’가 아역부터 성인 연기자까지 구멍 없는 연기력을 발휘하며 브라운관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부를 누리며 백성에 안위에는 관심이 없는 고려의 상류층의 현실을 낱낱이 고발하며 앞으로 이성계와 이방원, 분이, 땅새가 보여줄 활약을 예상케 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