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지상파 3사 월화드라마가 동시에 첫 방송을 하며 불꽃 튀는 대결을 벌인 가운데, 예상대로 SBS ‘육룡이 나르샤’가 홀로 두자릿수 시청률을 넘기며 독보적인 시청률 1위를 했다. MBC ‘화려한 유혹’은 8%대의 시청률로 선방했고, KBS 2TV ‘발칙하게 고고’는 2%대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6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5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는 전국 기준 12.3%를 기록, 동시간대 방송된 MBC ‘화려한 유혹’(8.5%), KBS 2TV ‘발칙하게 고고’(2.2%) 등을 제치고 월화드라마 1위를 나타냈다. 이는 이 시간대 맹주인 KBS 1TV ‘가요무대’와 동률의 시청률이기도 하다.
앞서 ‘육룡이 나르샤’의 전작인 ‘미세스캅’은 지난 달 29일 마지막 방송에서 15.8%로 동시간대 1위로 마무리된 바 있다. ‘육룡이 나르샤’는 5일 월화드라마 3편이 동시간대에 첫 방송을 한 가운데 일찌감치 시청률 1위로 예상됐다.
이 드라마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이야기를 다룬 팩션 사극. ‘선덕여왕’ ‘대장금’ ‘뿌리깊은 나무’ 등을 집필한 김영현 박상연 작가와 ‘뿌리깊은 나무’의 신경수 PD 의기투합했다. 더욱이 배우 김명민, 유아인, 천호진, 신세경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하는 까닭에 월화드라마 대전에서 왕좌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첫 방송부터 이 드라마는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이성계(천호진 분)와 이인겸(최종원 분)의 갈등으로 묵직한 분위기를 유지해 시선을 끌었다. 또 성인이 된 이방원(유아인 분)과 정도전(김명민 분), 땅새(변요한 분)의 첫 만남이 강렬하게 그려지며 앞으로를 기대하게 했다. 묵직한 이야기를 화려한 영상미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풀어낸 '육룡이 나르샤'는 대작의 밑그림을 착실히 그려나갔다. 재밌는 사극이었고, 시선을 빼앗길 요소가 많았다.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거리도 많았다.
시청률 2위로 선방한 ‘화려한 유혹’ 역시 분위기는 좋다. 대작과의 대결에서 시청률 8%로 출발한 것은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빠른 전개와 배우들의 화려한 연기 변신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은수의 파란만장한 삶을 30분 안에 압축시킨 최강희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진부한 통속극이었지만 흥미는 있었다. 자극적인 이야기를 좋은 때깔로 포장한 것은 연출의 힘이 컸다. ‘마마’를 통해 정밀하면서도 세련된 연출을 한 김상협 PD는 극성이 센 ‘화려한 유혹’을 젊은 감각을 덧입혀 노후하지 않게 만들었다.
월화드라마 대전에서 최약체로 평가 받았던 ‘발칙하게 고고’는 예상대로 저조한 시청률로 출발했다. 2%대의 다소 아쉬운 기록을 보인 것.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발칙하게 고고’는 높은 대입 진학률을 자랑하는 세빛고에서 춤을 사랑하는 열등생들의 동아리와 우등생들의 대입 스펙용 동아리가 치어리딩부로 통폐합되면서 펼쳐지는 열여덟 청춘들의 좌충우돌 성장 이야기다. 발랄하고 상큼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성적지상주의에 치인 학생들의 이야기를 넓게 담아낸 ‘발칙하게 고고’는 학원물의 또 다른 변주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했다.
‘응답하라 1997’, ‘트로트의 연인’ 등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극을 이끈 경험이 있는 정은지는 이번에도 주인공인 연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 1회에서 극을 안정적으로 끌고나가며 존재감을 강력하게 발휘했다. / jmpyo@osen.co.kr
[사진] KBS, MBC,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