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냉장고를 부탁해’, ‘게스트 몰이’가 어때서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5.10.12 09: 42

‘냉장고를 부탁해’의 가장 큰 재미는 셰프들의 15분 요리대결이지만 ‘게스트 몰이’가 프로그램에서 차지하는 재미도 무시하지 못한다. 이젠 ‘게스트 몰이’ 없는 ‘냉장고를 부탁해’는 ‘앙꼬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MC 정형돈과 김성주가 게스트들의 냉장고 속을 살펴보면서 게스트들을 몰아가지 않으면 왠지 허전하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셰프들이 본격적으로 요리하기 전 초대된 게스트들의 냉장고 속에 어떤 식재료들이 있는 살펴본다. 냉장고 공개는 셰프들이 사용할 재료들을 살펴보기 위해 진행하는 코너지만 냉장고만으로 게스트들과 가족의 식성이나 요리실력, 연애여부까지 알 수 있어 꽤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게스트들이 실제 사용하고 있는 냉장고를 가지고 나오기 때문에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만큼의 리얼함이 있다. 이에 출연 게스트들은 냉장고를 공개할 때마다 긴장한다. MC들이 CSI급의 조사를 하고 추리하기 때문.

냉장고를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나온 게스트들의 숨은 물건은 꼭 MC들의 레이더망에 걸린다. 마스크팩부터 유통기한 지난 음식, 화장품, 종이개구리까지 MC들이 어떻게 해서든 찾아내기 때문에 게스트들은 눈앞에 있는 증거에 어쩔 줄 몰라 하고 당황하며 냉장고까지 가서 MC들을 말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출연 전 냉장고 정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꼭 하나는 꼬투리를 잡히고 만다.
MC들은 의심될 만한 무언가를 포착하면 그때부터 게스트 몰이를 시작한다. 특히나 미혼 게스트가 출연할 경우 MC들의 게스트 몰이 강도는 높아진다. 앞서 허경환의 냉장고에는 전 연인의 흔적으로 가득, ‘냉장고를 부탁해’ 사상 길이길이 남은 ‘대어’로 기록됐다. 또한 배우 전소민과 공개열애 하고 있는 윤현민은 열애소식이 알려지기 전 냉장고 속에 초록색 종이 개구리가 발견돼 MC들로부터 의심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이 ‘너무 심하게 게스트를 몰아가는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MC들이 과하게 게스트들을 몰아가서 이들을 곤란하게 해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이었다. 이에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MC들이 진행에 이를 반영했다.
그러나 ‘게스트 몰이’ 없는 ‘냉장고를 부탁해’는 싱겁기만 했다. MC들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게스트들의 냉장고 속을 보니 통통 튀는 재미가 없어졌다. MC들은 아쉬워했다. 지난 김영광, 하석진 편에서 정형돈과 김성주는 두 사람의 냉장고를 살펴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영광 냉장고에 여성용 숙취음료가 나와도 끈질기게 물어보지 않았고 여성 화장품 브랜드 마스크팩을 유심히 봤지만 “그냥 넘어 갑시다”라고 말했다. 결국 정형돈은 “인터넷에서 (게스트를) 너무 억지로 몰아붙인다고 댓글에 욕 엄청 많다”고 자제하는 이유를 밝혔다. 김성주는 “억지로 없는 걸 가지고 그러지는 않는다”고 해명했고 정형돈은 “자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단순하게 식재료를 확인하고 가니 맹맹했다. 결국 정형돈은 “억지로 안 모니까 재미가 없네. 억지로 몰면 악플이 있고 안 몰면 재미가 없고”라고 했고 김성주가 “시청자들이 양해만 해주면 몰아보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이후 정형돈과 김성주는 확실히 게스트들의 냉장고를 보는 태도가 이전과 달라졌다. ‘게스트 몰이’는 하긴 하지만 어딘가 아쉽기만 하다. 시청자들이 ‘게스트 몰이’를 시원하게 허하고 냉장고 속을 볼 때 더욱 빛나는 두 MC의 찰떡호흡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kangsj@osen.co.kr
[사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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