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육룡이’ 김명민표 정도전, 명불허전이었다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10.07 06: 41

배우 김명민이 소름 돋는 연기력을 뽐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았다. 이미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정도전을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함은 물론 브라운관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뽐내며 심장을 저릿하게 만드는 명장면을 완성해냈다. 그가 왜 연기 본좌라 불리는지 제대로 알게 된 시간이었다.
지난 6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2회에서는 이성계(천호진 분)가 이인겸(최종원 분)에게 약점을 잡혀 함주로 돌아가게 된 이후 원 사신 영접사로 나서는 정도전(김명민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정도전은 자신을 찾아온 홍인방(전노민 분)에게 원 사신을 죽이고 원과의 수교와 전쟁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홍인방에게 백윤(김하균 분)을 살해해 이인겸과 경복흥이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달라고 청했다. 그는 이를 틈 타 썩은 고려를 끝장내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기엔 이인겸의 계략이 숨어 있었고, 이를 간파한 정몽주(김의성 분)는 정도전을 살리기 위해 그를 막아섰다. 이 때 정도전을 도운 이가 바로 어린 이방원(남다름 분)이었다. 이미 자신의 아버지가 이인겸 앞에 고개를 숙이고, 어린 백성들을 구하지 않았다는 것에 실망한 이방원은 이인겸에 맞서 전쟁을 막을 것이라는 정도전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던 것.

그렇게 정도전은 무사히 영접사로 나설 수 있었다. 예상대로 원 사신인 척 나선 길태미(박혁권 분)가 정도전을 역적으로 몰아가던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정도전이 들고 있던 건 칼이 아닌 엿이었던 것. 그리고 김명민은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소름 돋는 연기력을 뽐내며 시청자들의 눈을 한 시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는 긴장과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이인겸을 비웃던 정도전은 “원 사신이 입교하면 반드시 죽이고야 말겠다는 뜻을 만천하에 보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이 자리에 섰다”며 “원 나라와 수교를 하면 명 나라와 대 전쟁을 치르게 된다”고 소리쳤다.
이어 정도전은 “우리가 결의를 하면 된다. 원 사신이 들어오고 나가는 건 도당에서 결정할 수 없다. 원 사신이 스스로 물러가게 해야 한다. 지금 입교하는 건 원 사신이라는 역할을 맡은 나약한 한 인간이다. 우리 모두가 원 사신을 죽이겠다는 결의를 보여 도망가게 해야 한다. 그러면 수교와 전쟁을 막을 수 있다. 작금의 방법은 이것 뿐”이라고 말했다.
또 정도전은 “나 정도전, 내 목숨이 붙어있는 한 입교하는 원 사신은 목을 베고야 말 것이다”고 자신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유생들은 한 명씩 정도전을 따라 원 사신을 죽이겠다고 목청껏 외치기 시작했다. 또 원 사신이 돌아가고 난 뒤 유생을 비롯한 힘없는 백성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을 본 정도전은 눈물을 흘리며 구슬프게 노래를 불렀다.
이방원이 “저 사내가 잔트가르다”라고 말하는 순간까지, 김명민은 극에 숨막히는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김명민이 왜 ‘연기 본좌’라 불리는지, 그의 사극을 왜 대중들이 손꼽아 기다려왔는지 제대로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특히나 김명민은 그 동안 보았던 수많은 정도전과는 또 다른, 자신만의 색깔의 정도전을 완성했다. 김명민이 아니면 안 되는, 독보적인 정도전의 탄생은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다.
‘육룡이 나르샤’는 고려라는 거악(巨惡)에 대항해 몸을 일으킨 여섯 용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팩션 사극이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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