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배우 문근영의 존재감은 브라운관을 휘어잡을 듯 강렬했다. “누군가 날 부른 것 같다”며 아치아라에 발을 뗀 그 날부터 수시로 두려운 감정에 휩싸이는 문근영의 표정만 봐도 쫄깃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처음 도전하는 스릴러 장르 드라마까지 이렇게 완벽하게 소화하다니. 말 그대로 ‘믿고 보는’ 배우의 귀환이다.
문근영은 지난 7일 첫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이하 ‘마을’)에서 유일한 혈육이었던 외할머니가 죽고 난 뒤 캐나다에서 한국의 작은 마을 아치아라로 오게 된 해원중고 영어 교사 한소윤을 연기했다.
짐을 정리하던 중 소윤은 어릴 적 자신의 가족이 겪은 사고에 대한 기사를 발견, 자신이 죽은 것으로 기록된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운명처럼 이끌려 아치아라로 오게 된 소윤은 비 오는 수요일, 버스 안에서 연쇄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후 정체 모를 한 남자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된 소윤은 마을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수시로 느꼈다.
그러던 중 큰 사건이 발생했다. 소윤이 2년 가까이 암매장 된 여자 시체를 발견하게 된 것. 마을 사람들은 이 시체가 소윤의 집에서 살던 여자 김혜진(장희진 분)이라고 수근댔다. 또 담임을 맡은 반 학생인 유나(안서현 분)가 의자를 창 밖으로 집어 던지며 혜진이 죽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더니 밤 늦게 소윤의 집을 찾아와 “혜진쌤”이라고 해 소윤을 놀라게 만들었다.
갑자기 사라진 여자 혜진을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미스터리한 모습이 60분을 가득 수놓은 가운데, 소윤 역을 맡은 문근영은 원톱 배우의 존재감을 발산하며 극 몰입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문근영은 특유의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갓 부임한 신출내기 교사의 느낌을 부각시키는 한편, 수시로 밀려드는 두려움을 깊은 눈빛과 표정으로 심도 있게 그려내 시청자들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특히 사체 발견과 관련된 기사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방송이 끝날 때까지, 문근영은 그 3분의 시간 동안 마치 공포 영화를 보는 듯한 신들린 연기로 시선을 압도 17년 차 여배우 연기 내공을 폭발시켰다. 평소 수사물이나 스릴러 장르를 굉장히 좋아해 대본을 다 읽기도 전에 퍼즐 조각을 얼른 맞춰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는 문근영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던 첫 방송이었다.
단 1회 만에 대체불가 원톱 여배우의 진가를 증명해낸 문근영 이 끝까지 심장 쫄깃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조각 조각 흩어져 있는 퍼즐들을 완벽하게 맞춰낼 수 있을지 기대가 더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마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