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무명생활을 딛고 최근 영화 ‘암살’에서 전지현의 일본인 약혼자 카와구치라는 역할로 충무로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배우 박병은이 ‘라디오스타’에 나타났다. 예능 첫 출연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종일관 조곤조곤 찰진 입담으로 이야기를 늘어놓는 박병은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하나 둘 매료되어 갔다.
지난 7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에는 ‘충무로 특집! 믿고 보는 남자들’로 배우 박혁권과 박병은, 조달환, 영화감독 이병헌이 출연했다.
이날 박병은은 영화 ‘암살’ 캐스팅 뒷이야기를 전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병은은 너무 하고 싶었던 역이라 3차까지 진행된 오디션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일본 군인복을 빌려 머리부터 발끝까지 카와구치 분장을 하고 일본식 선술집에 가서 일본어 대사를 읊은 것은 물론, 정발산에 있는 일본식 집을 찾아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녔다고 밝혔다. 또한 박병은은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카와구치의 인생, 가족, 성격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해 감독에게 제출했다고 말해 감탄을 자아냈다.
이렇게 철저한 준비로 오디션에 임하는 박병은의 모습에 김구라는 이병헌 감독에게 감독으로서 이런 배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고, 이병헌 감독은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답해 박병은을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디션을 위한 준비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차 오디션을 위해 사비로 일본어 과외까지 받으며 일본어 대사를 다 외워 갔다는 박병은의 지치지 않는 열정에 이병헌 감독은 “누군가가 나를 옥죄는 느낌”이라며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렇듯 부담스러운 남자 박병은의 오디션에 관한 에피소드는 이어졌다. 영화 ‘몬스터’에서 족발로 주인공을 때리는 신을 위해 박병은은 오디션장에 족발을 소품으로 들고 갔던 사연을 얘기했다. 오디션 전날 족발 집을 찾아가 주인아주머니에게 통뼈를 받아 온 박병은은 다음날 오디션장에서 족발을 꺼냈다. 더운 날씨 탓에 족발은 썩어버렸고, 굉장히 혐오스러운 냄새가 났지만 족발의 냄새도 박병은의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박병은은 아랑곳하지 않고 족발을 휘두르며 연기를 펼쳤고, “얘 골치 아픈 애다. 악역 캐릭터에 딱 맞다”라며 감독의 눈에 들어 영화에 캐스팅 된 비화를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런 박병은의 에피소드에 MC들은 “부담 주는 스타일이다, 안 쓰면 미안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라며 타박 아닌 타박을 하면서도 박병은의 치밀하고 철저한 준비성에 감탄을 표했다.
이런 박병은의 준비성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도 계속됐다. 영화 ‘암살’에서 카와구치가 핸드크림을 바르는 장면이 화장품의 역사까지 공부하며 준비한 박병은의 아이디어라는 사실에 MC들은 “이해가 간다”며 웃음 지었다.
박병은의 매력은 이런 철저한 준비성만이 아니었다. 영화 촬영 당시 전지현과 같은 대기실을 쓰며 너무 긴장한 탓에 담이 올 뻔하기도 하고, 전지현이 내미는 포도 알에 “나도 모르게 입이 살짝 열렸던 것 같다”며 하마터면 포도를 입으로 받아먹을 뻔 했던 에피소드를 털어놓는 박병은의 모습에 스튜디오는 웃음바다가 됐다.
또한 박병은은 쌀알에 글을 쓰기 위해 잠시 스튜디오 밖으로 나간 조달환의 모습에 “쌀을 불리나 보다”라며 엉뚱한 말을 하기도 하고, 긴장한 티를 역력하게 내면서도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진지한 모습 등 마르지 않는 에피소드와 덤덤하면서도 찰진 입담, 연기를 향한 열정을 어필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 nim0821@osen.co.kr
[사진] ‘라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