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안에서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며 묵묵하면서도 듬직하게 지켜주는 키다리아저씨 캐릭터는 많았다. 하지만 최시원이 연기하는 키다리아저씨는 어딘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짝사랑하는 마음은 고백했지만 자신의 사랑보단 좋아하는 여주인공의 사랑을 먼저 생각하고, 하물며 그 사랑을 지켜주려 애쓴다. 또한 장난처럼 던진 고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여주인공에게 짓궂은 장난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유쾌하면서도 쿨하고, 쿨하면서도 진지한 짝사랑을 하는 키다리아저씨 역할은 최시원이라는 배우를 만나 안방극장에 설렘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연출 정대윤, 극본 조성희)에서는 짝사랑하는 혜진(황정음 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혁(최시원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신혁은 혜진의 첫사랑인 성준(박서준 분)과 하리(고준희 분)가 입 맞추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고, 함께 있는 혜진을 지켜주기 위해 그의 어깨를 감싸고 뒤를 돌았다. 갑작스런 행동에 의아해 하는 혜진에게 “에이 지지야, 지지. 술 취해서 노상방뇨 하잖아”라고 둘러대며 그 자리를 뜬 신혁은 성준과 하리, 두 사람에 대해 말을 아꼈다. 자신의 사랑을 우선시했더라면 이기심을 부려 섣부른 말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 혜진이 받을 상처를 먼저 생각한 신혁은 대신 자신이 투숙하고 있는 호텔의 매니저로 친분을 갖게 된 하리를 찾아가는 길을 택했다.
신혁은 잡지 표지 촬영 당일, 일이 끝난 후 성준에게 자신의 정체를 고백하기로 마음먹은 혜진의 계획과 성준을 향해 있는 혜진의 마음, 그리고 자꾸 혜진을 신경 쓰는 성준의 마음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하리를 찾아간 신혁은 “그쪽이 먼저 멈춰줘요, 김혜진 놀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본의 아니게 제가 세 사람 사이에 끼어든 것 같은데 다 알게 된 이상 가만있을 수 없었다”며 신혁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혁은 하리에게 “두 사람 오늘 저녁 만날 거다. 그 때 혜진이가 지 부편한테 다 얘기할 거다. 그런 식으로 밝혀지는 거 그쪽한테도 최악 아니냐”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세 사람이 가장 적게 상처받는 방법은 그 쪽이 먼저 밝히는 거다. 그럼 세 사람 다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끝날 수 있을 거다“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혜진의 비밀 고백을 위해 신혁이 남몰래 나섰지만 혜진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혜진은 표지 촬영을 위해 모델이 입어야할 드레스를 손상시켰다는 누명을 쓰고 성준에게 험한 소리를 들으며 쫓겨나고 말았다. 이런 혜진을 위해 신혁은 또 한 번 나섰다. 회의에서 낸 아이디어를 핑계로 혜진의 다이어리를 들고 성준에게 찾아 간 신혁은 혜진의 복직을 부탁했고, 혜진의 얘기만 나오면 유난히 감정적으로 변하는 성준에게 신혁은 “그날 다른 어시가 똑같은 실수를 했어도 그렇게까지 화내고 그 자리에서 바로 해고까지 했을 거냐, 정말 김혜진 씨한테 다른 감정 없는 거냐”고 물었다. 이에 성준은 혜진을 위해 나서는 신혁에게 “그러는 그 쪽은 뭐냐”고 따졌고, 신혁은 “좋아한다. 내가 김혜진 씨 좋아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신혁은 해고를 당한 후 우울해 있을 혜진을 찾아갔다. 높은 일당을 제시하며 일일 어시 핑계로 혜진과 시간을 보낸 신혁은 난데없는 표정과 행동으로 혜진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하고,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이라는 거짓말로 혜진을 속여 창피함에 빠뜨리는 등 여전히 장난 끼 가득한 모습으로 혜진을 대했다. 늘 장난인 듯 보이지만 일부러 자신을 위로하려 찾아 준 신혁에게 혜진은 고마움을 표했고, 이런 혜진에게 “그렇게 고마우면 나한테 사귀든가”라며 또 한 번 은근슬쩍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신혁은 시답잖은 농담을 즐기고 매사에 장난스러워 나사가 하나 빠진 듯 헐렁해 보이지만 혜진을 향한 마음만큼은 진지하다. 키다리아저씨 노릇을 자처하며 혜진의 곁을 지키는 신혁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성준과 혜진, 그리고 하리의 엇갈린 관계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그 변화에 관심이 주목된다.
한편 '그녀는 예뻤다'는 어렸을 때는 예뻤지만 지금은 폭탄녀로 역변한 혜진과 뚱남에서 훈남으로 정변한 성준이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로, 매주 수목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사진]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