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그녀는예뻤다', 혜진이 처음부터 정체를 알렸더라면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5.10.15 15: 01

[OSEN=이소담 인턴기자] '그녀는 예뻤다' 황정음과 박서준의 간극이 벌어질 수록 생각나는 가정이 있다. 만약 처음부터 정체를 알렸더라면 어땠을까. 시청자 입장에서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싶지만서도 아마 재미와 감동 모든 것이 떨어졌을 것이다.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김혜진(황정음 분)은 지성준(박서준 분)의 첫사랑의 환상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감췄다. 어린 시절 성준이 기억하는 혜진의 어여쁜 모습이 완벽하게 사라졌기 때문. 성준은 혜진을 알아보지 못했고 혜진에게 많은 상처를 주게 됐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성준이 혜진의 정체를 알았더라면 이렇게 혜진을 막대할 수 없을 텐데'와 같은 가정을 들며 성준에게 서운함 아닌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말로 혜진이 성준과의 첫 만남에서 민하리(고준희 분)를 대신 내보내지 않고 자신이 나갔다면 어땠을까. 우선 극적 전개 자체가 되지 않았겠지만 이런 것을 떠나 성준의 자연스러운 감정선도 전달되지 못했을 것이고,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했던 의도에서도 멀어졌을 것이다.

드라마는 애초에 혜진이 자신감을 찾고 인생의 주인공으로 성장해가는 스토리를 그리고자 했다. 기획의도 속 중요한 것은 "첫사랑 앞에 당당히 나서지 못했던 그녀가 자신을 알아봐주는, 스스로를 알리고 싶은 첫사랑 그를 만나"라는 대목이다. 당당하지 못했던 혜진을 인생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것은 성준때문이다. 과거 혜진이 성준을 세상 밖으로 꺼내놨던 것처럼 말이다.
성준은 혜진이 그 첫사랑 혜진이라는 것을 모르던 상태에서 점점 빠져들어갔다. 이점은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닌다. 과거 혜진이 성준에게 그랬던 것처럼 '외면'이 아닌 '내면'으로 혜진에게 끌렸다는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만약 혜진의 정체를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성준이 자연스럽게 혜진에게 끌리면서 겪는 혼란을 제대로 그리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혜진에게 무장해제돼 가는 성준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말이다. 지금의 전개가 성준을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줬다.
이 외에도 이유는 많다. 성준이 똑같은 사람에게 두 번 반하는 운명적인 사랑도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이고, 외모지상주의를 꾸짖는 교훈도 전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시청자들이 힘을 얻는 혜진의 모습은 예뻐진 모습보다 주근깨와 곱슬머리를 달고도 씩씩하고 사랑받는 모습이 아닐까. / besodam@osen.co.kr
[사진] '그녀는 예뻤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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