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의 어깨가 그야말로 천근이고 만근이다. 아직 한달이나 남은 tvN 새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둘러싼 이야기. 이는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연기자 혜리가 시즌3의 여주인공을 꿰차는 순간, 아니 그 전부터 '주인공설'이 등장했을 때부터 꾸준하게 지속된 일부의 우려섞인 반응 때문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2연속 성공으로 이끌어낸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섭외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반기를 들 순 없다. 이미 '응답하라 1997'(2012)에서 걸그룹 멤버였던 정은지를 확실한 배우로 탈바꿈 시켰고, '응답하라 1994'(2013)에서는 '반올림' 이후 지지부진하던 고아라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놨기 때문. 지금처럼 폭풍이 휘몰아친 건 아니었지만, 두 사람 모두 드라마 주연 발탁 당시 잡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그때와는 상황이 사뭇 달라졌기에 이를 온전히 당시 지금의 상황에 대입시킬 수는 없다. '응답하라 1997'은 예능 PD였던 신원호 PD의 CJ E&M 이적 후 첫 번째 드라마 연출작이었기에, 기대도 크지 않았고, 섭외 과정도 그리 수월하지 않았다. '응답하라 1994'는 어떤가. 당시엔 오히려 전작처럼 신선한 캐스팅이 아니라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여기에 혜리의 경우는, 앞서 보여줬던 작품들 속에서의 미흡한 연기력이 발목을 더욱 세차게 붙든 케이스다. 연기 경험이 전무했던 정은지보다, 더 큰 반발을 불러온 계기는 여기에 있었다. 때문에 앞으로 한달간 '응답하라 1988' 여주인공 혜리를 향하는 날카로운 우려가 씻겨나갈 확률은 (그 어떤 달변가가 나선다고 할지라도) 분명 낮다.
기회는 11월 6일, '응답하라 1988' 첫방송이다. 이제껏 수많은 캐스팅 우려가 방송에서 그 배우가 보여준 연기력으로 모두 깨끗하게 씻겨나간 것처럼 혜리가 지금의 우려에 쉬이 흔들리지 않고 연기에만 오롯이 집중해 작품을 통해 말하는 수밖에 없다. 연기를 보기 전에 '혜리는 절대 안돼'라는 반응에 일일이 상처 받거나 반응할 필요는 없다. '걸그룹'으로서가 아닌 '배우'로서 시청자 앞에 설 요량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혜리가 신원호 PD의 '응답하라' 첫 미스캐스팅 배우가 될지, 아니면 '쟤가 그 걸스데이 혜리였어?'라는 말이 툭 튀어나올 정도로 똑부러진 연기력으로 진짜 어엿한 배우로 거듭나게 될지는 11월 6일 윤곽이 드러난다. 그러니 이왕지사 출연이 결정되고 촬영에 들어간 '응답하라 1988' 속 혜리의 연기력에 분노하거나 신원호 PD의 미스캐스팅을 지적하는 건, 딱 한 달 뒤쯤으로 고이접어 미뤄두면 어떨까. 또 알아? 그때는 생각이 확 바뀔지. / gato@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