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아이돌 팬덤 기피 예능, 질긴 생명력의 원천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10.12 09: 41

아이돌 팬들에게 ‘우리 오빠’들이 출연해서 보긴 보지만, 언제나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애증을 넘어 쫓아다니면서 ‘비난 댓글’을 쓰게 만드는 예능프로그램, 허나 방송사는 줄기차게 방송을 하니 더 화가 날 수밖에 없을 터다. 바로 아이돌 팬들에게는 시작부터 끝까지 지상파 방송사의 횡포라고 여겨지는 프로그램들이 주인공이다.
대표적인 기피 예능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다. 가상 결혼을 주제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로맨스 환상을 자극하며 8년여간 방송을 이어왔다. MBC의 대표적인 장수 예능인 이 프로그램은 가상 결혼이라는 구성은 그대로 놔두고 출연자 교체를 정기적으로 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젊은 남녀 출연자가 꼭 필요한 까닭에 아이돌 그룹 멤버가 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때마다 출연 가수들의 팬들이 트집을 잡기 일쑤. 언제나 설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8년여간 욕을 먹다 보니 웬만한 논란은 더 이상 큰 문제가 아닌 튼튼한 맷집을 키우게 됐다.
MBC의 또 다른 ‘욕받이 예능’이 있다. 바로 명절마다 줄기차게 방송하는 ‘아이돌 육상대회’다. 이 프로그램은 추석과 설날에 방송되는데 그때마다 종목이 추가되긴 해도 ‘아육대’라는 줄임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 방송이다.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명절 특집 예능프로그램 중 독보적인 까닭에 MBC가 명절마다 기획하는 단골손님이다. 2010년 추석 이래 벌써 11회째 방송됐고, 그때마다 운동 잘하는 매력적인 아이돌 스타를 탄생시켰다. 신인 아이돌그룹에게는 이름과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인데, 팬들은 언제나 출연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부상의 우려는 물론이고, 출연한다고 해서 모든 출연자가 어느 정도의 방송 분량이 보장되는 게 아니라는 게 이유다.

KBS는 같은 이유로 KBS 2TV ‘출발 드림팀’이 아이돌 팬덤의 날선 시선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아육대’보단 조명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장애물이 있는 대결인 까닭에 부상의 위험이 더 높다는 아우성에 시달린다. 때문에 ‘아육대’와 ‘출발드림팀’은 행여나 출연 중 부상을 당하더라도 외부에는 알리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 출연자들이 많을 정도다. SBS ‘정글의 법칙’ 역시 다른 운동하는 프로그램보단 부상 위험이 낮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친 이들이 한 둘이 아닌 까닭에 출연 소식이 알려질 때마다 팬들을 발칵 뒤집어놓는 예능이다. 무엇보다도 털털한 미녀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성 탓에 남자 아이돌그룹 팬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들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팬들은 싫어하지만 일단 프로그램이 상당한 인기와 화제를 일으킨다는 것. 방송사로서는 흥미를 자극하는 구성의 프로그램을 포기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여야 하는 제작진으로서는 아이돌 팬들이 싫어한다고 해서 프로그램을 멈출 이유도 없다는 게 항변이다.  
더욱이 아이돌 팬덤이 싫어하면 싫어할수록 오히려 화제가 돼서 프로그램의 생명력이 이어지는 본의 아닌 ‘노이즈 마케팅’ 효과도 있다. 팬들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만,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홍보가 필요한 출연자와 구성의 이유로 아이돌 가수가 필요한 프로그램 제작진의 목적이 맞닿는 이상 ‘욕받이 예능’은 오늘도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SBS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