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제시와 조영남의 엉뚱한 콜라보레이션은 이경규가 만든 프로젝트였다. 그는 "'뮤직뱅크'에 출연하고 싶다"는 조영남의 바람을 잊지 않고, 직접 방송국을 찾아 이를 성사시켰다. 평소에도 다른 출연진보다 매니저 역할을 잘한다고 칭찬을 듣지만, 이번에 보여준 이경규의 활약은 가수와 시청자를 동시에 만족시켜 좋은 점수를 줄만했다.
이경규는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에서 조영남과 후배 여자 가수의 콜라보레이션을 성사시키기 위해 KBS 예능국을 돌아다녔다.
이날 이경규는 '뮤직뱅크' PD와 '나를 돌아봐' CP를 만나 조영남의 '뮤직뱅크' 출연을 제안했다. 이에 '뮤직뱅크' PD는 제시를 콜라보레이션할 가수로 추천했고, 이경규는 제시의 모습을 본 후 직접 제시와 만나 조영남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추진했다.
제시는 '언프리티 랩스타'로 시작해 MBC '진짜사나이'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 래퍼이자 가수로 활동하는 그는 최근에는 '센 언니'라는 곡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이경규는 제시와 미리 만나 조영남과의 협업 무대를 제안했다. 71세 노인과의 협업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었지만 제시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뿐만 아니라 제시는 "(조영남을) 확 눌러달라.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라"는 이경규의 요청에 "(세면) 나와 잘 맞겠다. 원래 예술가들이 크레이지 하다"며 이해를 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줬다.
제시와 만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경규는 다시 조영남을 찾았다. 조영남은 자신이 내뱉은 말이 실제 프로젝트로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기에 이경규가 '뮤직뱅크' 출연을 제안하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그도 잠시. 조영남은 제시가 직접 출연한 영상 편지에 마음을 빼앗겼다. 이경규의 요청에 따라 조영남을 "할아버지"나 "선생님" 대신 "미스터조 선배님"이라고 부른 제시는 "같이 콜라보레이션을 하게 됐다"며 애교 가득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
이를 빤히 쳐다보던 조영남은 제시의 사랑스러운 손인사에 "아우 예뻐라"라고 감탄을 표했고, 콜라보레이션에 나설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매니저로서 이경규는 노련하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세심함을 발휘해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 특히 이날의 방송에서 제시와 조영남의 직접적인 만남 전, 세대가 다른 두 사람을 직접 만나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그의 모습에서는 배려가 돋보였다. 사실 조영남과 제시의 만남은 엉뚱한 느낌이 많다. 그럼에도 이를 만들어 가는 제작자 출신(?) 매니저 이경규가 있어 프로젝트는 성공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한편 '나를 돌아봐'는 타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자아성찰 리얼리티다. 조영남·이경규, 김수미·박명수, 송해·조우종이 출연한다. /eujenej@osen.co.kr
[사진] '나를 돌아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