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언프리티2' 유빈·효린이 디스 혈투로 얻은 것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10.10 10: 15

디스배틀은 걸그룹 멤버들이 피해갈만한 활동이다. 디스 랩을 하다보면, 욕을 해야될 때가 있고 다른 사람의 약점을 잡아 이야기하는 것이 비굴해 보이기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예쁘고 사랑스러워야 한다'고 여겨지는 걸그룹의 이미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지만 원더걸스의 유빈과 씨스타 효린은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2'에 출연하면서부터 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오로지 '래퍼'라는 이름만 잡기로 한 듯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2'에서는 유빈과 효린의 디스 배틀이 펼쳐졌다.
늘 그렇든 디스 배틀은 힙합 서바이벌의 하이라이트와도 같다. 보통의 프로그램에서는 보지 못할 비판적이고 날 선 내용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랩이라는 형식 아래 래퍼들은 상대방을 시원하게 비난하고 비판한다. 이 같은 모습이 떄로는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속을 시원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효린과 유빈의 디스배틀은 이날 모든 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장면이었다. 동료들 역시 "언제 원더걸스와 씨스타가 붙는 걸 보겠느냐"며 흥미진진한 반응. 예지와 수아, 키디비와 헤이즈, 캐스퍼와 전지윤, 트루디와 길미가 살벌한 디스 배틀을 한 가운데, 유빈과 효린은 마지막으로 나섰다.
둘의 매치는 사실 마지 못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우연을 가장한 운명인지도 몰랐다. 다른 래퍼들이 디스배틀의 상대를 고를 때 두 사람은 유일하게 지목을 당하거나, 지목하지 않은 이들이었고, 결국 마지막에 남아 함께 하게 됐다.
효린의 경우엔 원래 보컬 출신이기에 잃을 것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유빈은 처음부터 효린과의 배틀에 부담을 갖고 있었다. 짝이 정해지기 전 유빈은 '최악의 짝'을 묻는 질문에 "효린이다. 같은 아이돌 출신인데 보컬이고..지면 그림이 안 좋다. 나에게"라고 답했다. 그만큼 래퍼로서의 자존심을 잃고 싶지 않은 유빈이었다.
실제 배틀에서 유빈과 효린은 신경전을 벌였다. 유빈은 같은 JYP엔터테인먼트 출신인 효린을 "김효정 씨"라 부르며, "JYP에서 잘리고 난 뒤 잘돼서 축하해. 그 때 왜 잘렸는 지 알아? 알아서 추측해"라고 말하며 신경을 긁었다. 효린 역시 "떴다하면 가버려 유빈의 삑사리"라고 말하거나 "진영 오빠 플라토닉 러브 하는 소리 말고 짐 챙겨 집 가야지. 넌 이따 없으니까"라고 랩을 하며 유빈의 얼굴을 굳게 했다.
승리는 효린이 차지했다. 다른 래퍼들 역시 "효린에게 까불면 안 되겠다", "진짜 래퍼가 됐다", "표정이나 모든 게 딱 디스에 적합했다"는 평을 내리며 승리를 인정했다.
이날의 디스배틀은 두 걸그룹 멤버가 자신들의 이미지를 내던지고 서로에 대한 디스를 가했다는 점에서 진기한 장면이었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다소 가식적여 보일 수 있는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래퍼로서의 승부를 거는 이들의 모습이 신선했다. 이들이 디스배틀 앞에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그만큼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빈은 아이돌 랩 담당이 아닌 '래퍼'로서의 인정을 받고 싶어했고, 효린은 노래 뿐 아니라 랩도 능통한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기회를 얻었다. 얻고 싶을 것을 앞에 둔 두 사람은 디스배틀에서도 거침이 없었고, 태도만으로도 이미 이룰 것을 이뤘다.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내고, 솔직하고 쿨한 아티스트로서의 이미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디스배틀은 두 아이돌에게만큼은 잃은 것보다 얻을 게 많은 이벤트였다.  /eujenej@osen.co.kr
[사진] '언프리티 랩스타2'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