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마르소, 끝나가는 ‘BIFF’에 헤드폰을 씌우다 [20th BIFF] (종합)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5.10.10 15: 19

 
 친구의 생일 파티, 다들 디스코에 빠져 춤에 취해갈 때 즈음이었다. 마티유(알렉산드로 스텔링 분)는 빅(소피 마르소 분)의 귀에 헤드폰을 덮는다. 낭만적인 음악이 흘러나오고 두 사람은 노래에 빠진 채 둘만의 로맨틱한 시간을 보낸다. 1980년대 개봉한 영화 ‘라붐’ 속 명장면. 이 장면을 통해 소피 마르소(Sophie Marceau)는 만인의 연인이 됐다. 
이번에는 그가 ‘BIFF’에 헤드폰을 씌웠다. 축제의 분위기 젖어있던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 진지하고 열정적인 태도로 영화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영화보다는 각종 행사와 이벤트에 정신을 빼앗겼던 영화 팬들은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다시 영화 자체에 집중했다. 

조금은 아이러니할 수 있는 일이다. 소피 마르소의 부산국제영화제의 방문 자체가 ‘이벤트’인데, 그 주인공이 영화 자체에 주목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것은 놀랍기까지 하다. ‘만인의 연인’, ‘책받침의 여신’으로 불리는 그의 방문에 가십적인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소피는 진정성 있는 태도로 영화 본연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렇게 ‘만인의 여인’은 ‘영화의 여인’으로 다시 기억되게 됐다.
 
소피 마르소는 지난 9일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해운대구 파크하얏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고, 오후에는 비프빌리지에서 국내 영화팬들과 만나 오픈토크 시간을 가졌다.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과 진지한 태도는 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올해로 30년이다. 13살의 나이에 영화계에 데뷔했고, 배우로서 활약했다. 최근 감독으로서 보여주는 그의 행보는 그의 영화 사랑의 가늠케 하는 것들 중 하나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영화를 대하는 진지함과 열정이 느껴질 정도. 그는 “배우와 감독 둘 다 제가 사랑하는 직업이다. 앞으로도 두 직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시 다지며 “항상 영화를 사랑해왔고 영화를 통해 세계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게 됐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영화제 월드시네마 초청작 ‘제일버드’에서 연기를 펼쳤다. 이 또한 영화 사랑의 일부. 그는 “ 세상에는 다양한 영화들이 있다. 색깔이 다 다르다. 프랑스 영화, 유럽 영화, 한국 영화도 마찬가지다. 작가주의적인 영화는 세계적인 시장에서 돋보일 수 있다. 독특하고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제일버드’의 감독처럼 젊은 세대들이 외치고 싶은 말이 영화가 되는데 도와주고 싶고,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힌 바다. 
한국 영화 팬들에 영화 사랑을 당부하기도 했다. 소피는 “한국 관객들은 영화를 많이 사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를 봄으로써 남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항상 열려있고 오픈 된 마음으로 타인을 만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길, 또 좋은 마음으로 영화를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소피 마르소는 ‘여배우’가 아닌 ‘스태프’였다. 소피는 어떤 남자 배우와 호흡이 가장 잘 맞았느냐는 질문에 "모든 배우와 다 잘 맞았다. 그리고 사실 내가 같이 일하기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다. 상대 배우들도 그랬던 거 같다. 6주 8주정도 촬영하게 되느데 함께 잘해보자 이야기해서 잘 진행이 됐다. 현장에서 여배우로서 관심받고 싶어하고 그런 타입이 아니다. 배우라니보다 감독처럼 다독여주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오히려 문제가 없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라붐’ 속 헤드폰 장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관객들에게 진한 메시지를 남겼다. 가벼운 질문이었지만, 묵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소피는 “누군가에게 헤드셋을 씌운다는 장면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영화에서 이뤄진다면 마술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영화가 가진 힘”이라고 전했다. 
한편 소피 마르소는 ‘라붐’(1980)로 데뷔해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청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브레이브 하트’(1995), ‘안나 카레니나’(1997), ‘007 언리미티드’(1999) 등 작품을 통해 전세계 영화 팬들에게 얼굴을 알렸다./joonamana@osen.co.kr
[사진] OSEN DB, 영화 '라붐'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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