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SG워너비의 김진호가 2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벌어졌지만 그래도 김진호는 김진호였다. 과거의 김진호 ‘소몰이 창법’만 기억하고 있는 팬들은 그의 변화된 창법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김진호의 실력은 여전했다. 누가 감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의 내공을 갖고 있었다.
지난 10일 방송된 JTBC ‘히든싱어4’에는 김진호가 다섯 명의 모창능력자와 대결을 펼치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김진호는 그간 ‘히든싱어’ 시즌에서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원조가수로 꼽혔지만 시즌4가 돼서야 출연이 성사됐다. 워낙 그의 노래를 따라하는 모창자들이 많았고 방송에서도 종종 그런 모창자들을 봤기 때문에 팬들은 그의 ‘히든싱어’ 출연을 손꼽아 기다렸다.
김진호는 데뷔 초부터 ‘소몰이 창법’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남성팬들은 노래방에서 한 번쯤은 꼭 부르는 노래가 김진호의 창법이 돋보이는 SG워너비의 노래를 부를 정도였다. 그리고 그의 등장은 반가움을 자아냈고 놀랍고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다.
이날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김진호가 변화된 창법으로 과거 히트곡들을 불러 ‘가장 김진호 같지 않은 사람’으로 가장 많은 표를 얻어 2라운드에서 탈락한 것이었다. 대중이 기억하고 있는 김진호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1라운드 대결곡은 SG워너비의 히트곡 ‘타임리스(Timeless)’였다. 1라운드부터 패널과 방청객들은 크게 헷갈려하는 가운데 투표했고 3번 통에 있던 김진호는 38표로 여섯 명 중 5위를 기록하며 겨우 1라운드를 통과했다. 김진호와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조영수 작곡가와 SG워너비의 김용준, 이석훈 등 몇 명만이 3번이 김진호라고 확신했다. 이유는 이러했다. 이석훈은 “혼동을 하고 있는게 뭐냐면 진호 목소리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2, 6번 통의 모창자가 5, 6, 7집의 진호 목소리고 1, 2번은 2, 3집 정도의 목소리다. 3번 통이 현재의 진호다”고 말했다.
그만큼 김진호의 목소리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2라운드 ‘내 사람’으로 대결은 더욱 어려워졌다. 모창능력자들은 더욱 안정적으로 노래했고 많은 패널들이 2번 통의 사람이 김진호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김진호는 2번 통에 있었다. 결국 총 99표 중 45표를 받아 탈락했다. 김진호는 “(탈락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섭외 받았을 때 가장 고민한 게 창법의 변화였다. 만들어서 소리를 냈다면 이제는 말하듯이 노래한다.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 자리에서 많이 돌아보고 반성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진호는 탈락했지만 여전한 가창력과 무대를 휘어잡는 에너지는 놀라웠다. 가슴을 뻥 뚫어주는 시원한 가창력, 가슴을 울리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 등 명품 보컬리스트로서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조영수 작곡가는 “김진호의 창법이나 톤은 모방할 수 있어도 표현력은 따라할 수 없다”며 원조가수 김진호의 내공을 인정했다.
김진호는 모창능력자와 함께 하는 무대에서 명품 보컬리스트로의 면모를 확실히 증명했고 특히 ‘가족사진’ 무대에서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줬다. ‘역시!’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는 실력이었다./kangsj@osen.co.kr
[사진] JTBC ‘히든싱어4’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