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동상이몽’, 토크쇼 패널 활용의 좋은 예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10.11 06: 53

한 술에 배가 부를 리 만무하겠지만, ‘동상이몽’은 조심스레 뜬 이 한 술을 통해 오늘보다 조금 더 행복한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분명 지금 털어놓은 고민들이 뚝딱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내용의 두 영상을 통해 서로 알지 못했던 진심을 알아가고,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가슴 따뜻한 조언을 건네는 시간은 분명 그 자체로 큰 힘과 의미를 가진다.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세상을 바꾸듯 혹자들이 오지랖이라고 평할지도 모르는 ‘동상이몽’의 노력 역시 알게 모르게 많은 변화를 이뤄내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에는 시도 때도 없이 습관적으로 집을 나가는 중 3 막내 딸이 걱정이라는 엄마가 출연해 고민을 털어놨다.
엄마의 시선이 담긴 영상에서 딸 경미는 가출한 지 3일만에 집에 들어왔지만, 1분 만에 도망치듯 집을 나가버렸다. 또 딸은 자신을 찾아온 엄마와 집으로 가는 듯 보였지만, 이내 또 다시 도망을 쳐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이런 딸 때문에 가족들의 한숨은 늘어만 갔다.

반면 딸은 가족들이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뿐더러 늘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가족과의 단절 속에 쌓인 외로움과 우울증을 친구를 통해 풀고 있었다는 것. 또 하루 친구 집에서 자고 왔는데, 집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었을 때 가족들이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고도 했다. 이런 딸의 고백에 엄마는 펑펑 울었고, 딸 역시 눈물을 흘렸다.
이 같은 사연에 자식을 가진 부모 입장인 최은경과 김구라는 깊은 공감과 함께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먼저 최은경은 과거 자신의 아들이 놀이공원에서 잠깐 사라졌던 일을 떠올리며 “칼로 내 몸을 반으로 가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은경은 “나무 뒤에서 혼자 놀다가 다시 돌아 온 것 뿐이었는데, 애가 내 눈 앞에서 없어졌다는 사실에 그 순간 많은 생각이 들면서 이대로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5분밖에 안 되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고 지금도 손이 떨린다. 그런데 엄마는 지금 한 달에 몇 번씩 겪고 있으니 생활이 안 되는거다”고 전했다.
또 김구라는 “집안에 우환이 있으면 항상 가슴이 벌렁벌렁거린다. 늘 불안해서 일도 손에 안 잡힌다”며 “딸이 밖에서 무슨 사고라도 당할까봐 그러는거다. 옛날이면 때려서라도 잡으면 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대화 세대다. 때리면 주변에서 뭐라고 하니까 그럴 수 없다. 또 중 3 정도 되면 힘으로 잡을 수도 없다. 답이 없는거다”라고 부모의 애타는 마음을 이해했다.
더불어 김구라는 자식을 둔 아빠의 마음으로 “두 언니 중 한 명이라도 저런 시기를 거쳤다면 막내를 이해했을텐데, 언니들까지 ‘우리는 안 그랬는데 너는 왜 그러냐’며 공세를 퍼붓다 보니 막내 입장에서는 고립무원의 처지가 됐을 것”이라며 딸의 마음을 달랬다. 그러면서 그는 어머니가 힘들게 일하는 것을 언급하고는 “정말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항상 인상을 쓴다. 내가 그랬다. 늘 인상을 쓰고 있다 보니 주름이 생겼는데, 밝게 웃어라”고 따뜻한 말을 건넸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구라는 딸을 위해 통금시간을 밤 11시로 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한 뒤 “문제 해결 능력이 점점 더 업그레이드 되는 것 같아서 부담”이라며 자찬을 해 웃음을 더하기도 했다.
자식의 입장에 있는 김동완과 황치열 역시 딸을 위한 따뜻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먼저 김동완은 “저는 더했다. 단지 집만 안 나갔다. 집 나간 애들과 늘 어울렸다”며 “본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지 알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그 아이들에게 휩쓸려 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김동완은 “오토바이를 좋아해서 화양리 친구들과 어울렸는데, 그 친구들이 본드와 가스를 하더라. 나는 못하겠더라.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했다면 호기심에라도 했을 거다. 그랬다면 나는 이 자리에 못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완의 이 말은 부족한 가족에 대한 사랑을 친구들 사이에서 찾고 있는 딸이 현재 가장 크게 돌이켜 봐야 할 부분이었다.
또 황치열은 과거 자신의 꿈을 반대했던 아버지를 언급했다. 구미에서 인기가 꽤 많았다던 황치열은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올라와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하지만 10년 전 아버지가 위암 수술을 하시고 다시는 뵐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큰 죄를 지은 것 같은 느낌이었고, 지금도 아버지 얘기만 나오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어 황치열은 “진짜 후회할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머니가 우는 모습은 마음이 아플거다. 평생 남아 있을거다. 그 모습이 눈 앞에서 안 없어진다”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조언으로 스튜디오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사연도 사연이었지만, 이날 방송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다가왔던 이유는 바로 이 사연을 접한 패널들의 적극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모두가 마치 내 이야기인 듯, 혹은 내 가족의 사연인 듯 한 마음이 되어 공감하고 이해하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그저 단순한 리액션이 아닌, 진심으로 따뜻한 위로와 현실적 조언을 건네는 모습이 ‘동상이몽’을 더욱 뜻 깊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 parkjy@osen.co.kr
[사진] ‘동상이몽’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