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지지 않아 아름다운 것이 첫사랑이라고, 추억의 한 페이지에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누가 말했던가. 불멸의 공식과도 같은 말이 이 남자에게만큼은 어긋났으면 좋겠다. 열여덟의 나이에 덜컥 임신을 해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아이를 기르며 청춘도 잃어버리고 남편에게 넘치는 사랑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이 여자에게도 제대로 된 사랑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20년 전 훌쩍 떠나버린 첫사랑을 잊지 못한 차현석(이상윤 분)과 나이 서른여덟에 스무 살 아들을 둔 이혼녀가 된 하노라(최지우 분)의 이야기다. 지난 10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두번째 스무살'(극본 소현경, 연출 김형식)에서는 새로운 사랑의 문턱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노라는 김우철(최원영 분)과 이혼 후, 변함없는 일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믿었던 우철에 대한 실망과 이혼 과정에서 겪은 감정소모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었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현석의 사무실에 출근해 일을 하다 현석 일행이 회식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잠이 들어버렸다. 현석은 사무실로 돌아와 식은땀을 흘리며 앓고 있는 노라의 모습에 놀라 이불을 덮어주고 이마에 수건을 대주며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노라를 위해 현석은 직접 죽을 쒀 먹여주었고 약까지 먹인 후 밤새 노라의 곁을 지켰다. 이런 현석은 노라를 간호하다 깜빡 잠이 들었고, 아침에 눈을 뜬 노라는 그런 그의 모습을 발견했다. 잠들어 있는 현석의 모습에 노라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현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이내 노라는 정신을 차린 듯 손을 거두며 현석의 사무실에서 줄행랑을 쳤다.
노라가 나가는 소리에 잠이 깬 현석은 곧바로 뒤쫓아나갔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노라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어디냐고 물었다. 이에 노라는 집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몸 상태를 묻는 현석의 질문에 괜찮다고 답한 뒤 황급히 전화를 끊고 “미쳤어, 미쳤어”를 연발하며 현석에게 설렜던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이렇게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노라의 모습에 현석은 금세 그 이유를 알아챘고, 자신을 향해 기울어지고 있는 노라의 마음에 자꾸만 벌어지는 입을 감추지 못했다. 노라의 마음을 눈치 챈 후 현석은 자신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둘이 있는 자리를 피하려고 애쓰는 노라에게 일부러 장난을 쳤고, 자신 앞에서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나랑 같이 있는 게 그렇게 싫으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즉답하는 노라를 보며 그 마음을 확신했다.
반면 노라의 마음은 좀처럼 현석에게 직진하기를 망설였다. 현석이 다정하게 자신을 챙겨 준 모습을 떠올리며 설레어하면서도 노라는 오랜 시간 현석을 짝사랑해 온 상예(최윤소 분)를 떠올렸고, 스무 살 아들을 가진 엄마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정신 차리자”라고 자신에게 되뇌었다. 하지만 사랑이 다짐한다고 그 날로 거둬지는 것이 아니듯, 노라의 마음은 이미 현석에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현석에 대한 마음을 거두고 사무실도 그만두기 위해 다른 일자리를 구한 노라에게 현석은 달려갔다.
사무실을 그만두는 이유를 묻는 현석에게 노라는 “네 사무실은 솔직히 내가 필요 없지 않냐, 나도 내가 필요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며 핑계를 댔다. 이런 노라에게 현석은 “필요 없다고 누가 그래. 내가 필요하다고, 너”라며 “너 나 때문에 그러는 거잖아, 나 피하는 거잖아”라고 말했다. 이에 노라는 “그게 무슨, 내가 왜 널 피하냐”라고 시치미를 뗐고, 현석은 “내가 좋으니까. 좋아졌으면 좋아하면 되지 뭐 하러 피하냐”며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에 사랑은 없었냐, 그 기회는 왜 피하냐”고 돌직구를 던졌다. 이런 현석의 말에 노라는 황당함을 표했고, 이어 현석이 “나도 너 좋아한다면. 그래도 사랑이 황당하냐”고 진지한 눈빛으로 기습고백을 하자 노라는 딸꾹질을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어떤 순간, 계기들이 있다고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계기를 볼 줄 아는 현석이 노라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었듯 노라 역시 현석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계기를 찾길 바란다. 높아만 보이는 새로운 사랑의 문턱에서 걸려 넘어져도 좋다. 이미 문 안쪽엔 노라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줄 현석이 있을 테니 말이다.
한편 '두번째 스무살'은 19세에 애 엄마가 되어 살아온 지 20년째인 하노라가 15학번 새내기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드라마다.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두번째 스무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