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꿀잼'이었다. 원더걸스 멤버 유빈은 자신들을 향해 '핵노잼' 그룹이라고 표현했지만 겸손한 발언이었다. 데뷔 8년 차 농익은 걸그룹답게 셀프디스부터 병맛 개그까지 다채로운 변신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원더걸스는 지난 10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에서 걸그룹으로선 숨겨왔던, 또는 안타깝게 숨겨졌던 예능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히트곡 'nobody(노바디)' 'tell me(텔미)' 'I feel you(아이 필 유)'를 열창하며 화려하게 오프닝을 열었다.
이날 멤버 단체로 출연한 코너도 재미있었지만, 개인별로 자신의 개성을 살린 코너에서 재미가 한층 배가됐다. 선미는 영화 '박쥐'를 패러디한 코너 '박쥐' 에서 자신의 섹시미를 십분 살려 남성 팬들의 환호를 불러일으켰고, Mnet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랩 대결을 펼치고 있는 유빈은 한글 랩으로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영어가 아닌 한글로도 비트를 맞출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움과 재미를 안겼다. 혜림은 '무간도'에서 어색한 연기를 보여 귀여우면서도 허당 매력을 드러냈고, 예은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쳐 진지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연기에도 가능성을 보였다.
단체로 출연한 코너' 원더풀 체인지'에서는 데스메탈, 성가대, 농악 등 이른바 '병맛' 콘셉트를 내세우는 정성호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군인 대통령이던 원더걸스를 독재정권에 빗대 걸그룹의 히스토리를 재현한 코너 '제5군통령'에서는 데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행보를 언급하며 거침없는 셀프 디스로 웃음을 줬다. 멤버 탈퇴와 재결합 등 다소 껄끄러울 수 있는 부분을 희화화해 웃음을 안긴 것이다. 꾸밈 없이 민낯을 드러낸 이들의 솔직함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모든 무대를 마친 원더걸스는 "잘 끝났 것 같아서 다행이다. 일단 후련하고, 저희가 '핵노잼' 그룹으로 유명한데 오늘 조금이라도 시청자들을 웃겨서 뿌듯하고 봐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재미있게 개그 연기를 했다는 출연 소감을 전했다.
사실 인기 걸그룹이 오감을 자극하는 섹시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동안 쌓아온 나름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망칠 수 있을뿐더러, 개그맨들 만큼 강력한 웃음을 안기지 못하는 어색한 개그로 이도저도 아닌 모습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더걸스는 이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데뷔 이후 인기 정점을 찍었던 순간부터 멤버 와해로 관심 밖에서 멀어졌던 순간까지 오롯이 되짚으며 원더걸스의 역사를 재현했다. 어찌 '핵노잼' 그룹으로 평가절하 할 수 있을까. 원더걸스는 이제부터 '핵꿀잼' 그룹이라 부를만하다./ purplish@osen.co.kr
[사진]'SNL코리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