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데뷔를 하고 나서 기획사도 굉장히 좋았고 포장지가 화려했다. 포장지에 맞춰서 노래했고 지금 창법이 바뀌었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난 이제야 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룹 SG워너비의 김진호가 2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벌어졌지만 탈락 여부는 중요치 않았다. 과거의 김진호 '소몰이 창법'만 기억하고 있는 대중은 그의 변화된 창법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김진호의 '진짜 목소리'를 보여준 방송은 의미있었다.
지난 10일 방송된 JTBC ‘히든싱어4’에는 김진호가 다섯 명의 모창능력자와 대결을 펼치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김진호는 비록 2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이번 방송은 달라진 김진호, 아니 오히려 본연의 김진호를 볼 수 있는 무대였다. 김진호와 모창능력자들의 대결 보다도 더 흥미로웠던 포인트이기도 하다.
김진호는 1라운드부터 히트곡 ‘타임리스(Timeless)’에 이어 2라운드곡 ‘내 사람’으로 펼친 대결에서 패널들과 방청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의 무대를 꾸몄다. 1라운드에서 목이 풀린 모창능력자들이 김진호와 함께 노래하는 무대에서는 다섯 명의 중저음이 모여 무대를 꽉 채웠다.
모창가수들은 김진호와의 무대가 감격스러운지 눈물까지 흘렸다. 이어 김진호를 포함해 다섯 명의 김진호가 만들어내는 무대는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진호는 모창능력자들을 배려하며 호흡을 맞췄고, 자신의 목소리와 비슷한 모창능력자들과의 무대가 즐거운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3라운드 ‘라라라’ 무대는 김진호가 모창능력자들, SG워너비의 김용준, 이석훈과 다 같이 노래를 완성했고 김진호는 모창능력자들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며 노래하는 모습에서 '원조가수' 다운 면모를 뽐냈다.
3라운드 후 김진호와 모창능력자들의 만남은 감동적이었다. 특히 김정준은 성대결절과 함께 노래하지 말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김진호를 만나기 위해 ‘히든싱어4’에 도전한 것은 물론 김진호의 '아버지의 구두'라는 노래 덕에 싸웠던 부모님과 화해했었던 사연을 전했다.
김진호는 이제서야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며 "과거는 영광스럽고 소중했지만 포장돼 있었고 나는 그 포장지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거기에 맞춰가려고 노력했다. 그런 부분까지도 포용해주는 팬도 있고 그런 생각을 알아주는 팬이 있다는 게 복이고 이 순간을 살아가게 해주는 힘이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진호가 탈락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그가 가수로서 꾸준하게 고민하고 노력으로 창법을 바꿨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의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소몰이'에 가두기는 아깝다. "요즘 사실 알맹이를 보려하지 않는 것 같다. 사람들을 의식하는 시대인데 음악마저도 그렇게 되면 안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얘기하고 싶은 것들을 용기내서 노래하는 가수가 되겠다"고 말하는 모습에서는 음악을 대하는 그의 진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 nyc@osen.co.kr
[사진] JTBC ‘히든싱어4’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