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을 수놓는 감성 멜로디의 향연이었다. 굵은 저음은 듣는 이들의 심장에 와서 박혔다. 해외 유명 클래식 공연 못지않은 오케스트라 연주는 드넓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국보급 보컬리스트' 김동률이 또 하나의 명품 공연을 완성했다.
김동률은 9일부터 3일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015 김동률 더 콘서트'를 열고 팬들을 만났다. 오로지 그의 음성과 노래를 즐기기 위한 팬들로 공연장은 빈 자리 하나 없었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센치한 가을밤, 이보다 더 좋은 파라다이스는 없는 듯했다.
김동률은 '다시 떠나보내다', '귀향', '고독한 항해'로 콘서트 포문을 열었다. 그의 묵직한 저음과 청량한 고음은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품격 있는 목소리, 이게 바로 아이돌은 따라 할 수 없는 김동률 만의 무기였다.
김동률은 이번 콘서트에 땀과 열정은 물론 비용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콘서트는 더욱 풍성해졌고 듣는 즐거움은 배가했다. '사랑한다는 말',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아이처럼' 등 히트곡도 이날 공연에서는 재즈와 탱고풍으로 편곡돼 왠지 특별하게 느껴졌다.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아이돌 팬처럼 짜맞춘 응원 구호는 없었지만 노래 자체를 신중하게 듣고 감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배려', '레퀴엠', '그게 나야'까지 감동의 무대가 이어졌다.
이번 콘서트의 게스트는 앞서 알려진 대로 이적이었다. 이적과 김동률은 오랜만에 카니발로 뭉쳐 '축배'와 '거위의 꿈'을 불렀다. 7년 만에 '거위의 꿈'으로 입을 맞춘다는 둘은 국보급 하모니로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둘의 숨소리 하나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가 끝나자 김동률의 명곡이 흘러나왔다. '취중진담'을 들으며 관객들은 그 시절 향수에 취했고 이내 '떼창'으로 화답했다. 김동률도 잠시 마이크를 내려놓고 팬들의 대답을 들었다. 공연장은 어느새 '취중진담'으로 가득했다.
또 다른 게스트는 지난해 방송된 엠넷 '슈퍼스타K6'의 우승자 곽진언. 김동률의 소속사 뮤직팜의 막내이기도 한 그는 부상 당한 존박 대신 '어드바이스'를 부르며 김동률과 호흡했다. 데뷔 전 오른 체조경기장 무대가 신기한 듯 어리바리한 미소를 지어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김동률은 '꿈속에서', '여행', 'J's Bar에서', '새', '하늘높이', '고별'로 공연 후반부를 채웠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김동률의 묵직한 성량은 공연장을 압도했다. 팬들은 누구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숨죽여 그의 노래를 경청했다.
'리플레이'를 끝으로 마련된 공연이 끝났다. 하지만 팬들은 손뼉을 치며 무대 위 스타를 기다렸다. 이내 김동률이 등장했고 피아노를 치며 '기억의 습작'을 열창했다. '그 노래'에선 마이크를 놓고 오롯이 목소리만으로 큰 울림을 자아냈다.
팬들은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불빛으로 이벤트를 연출했다. 이를 본 김동률은 '동행'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팬들의 사랑이 감격스러운 듯 오래도록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울컥했다. 팬들의 목소리로 완성된 '동행'은 감동 그 자체였다.
70여 명의 오케스트라 연주, 알짜배기 코러스, 명품곡들로 채운 셋리스트, 여기에 김동률의 목소리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콘서트가 만들어졌다. 체조경기장 가득 울려 퍼진 이날의 노래는 오래도록 진한 여운을 남겼다. 김동률은 존재만으로도 감사했다. /comet568@osen.co.kr
[사진] 뮤직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