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끝까지 간다’를 통해 여타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뤄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형사의 모습을 보여줬던 이선균이 이번엔 승소확률 100%의 상위 1% 변호사로 돌아왔다.
영화 '성난 변호사'는 유력한 용의자만 있을 뿐 증거도 사체도 없는 의문의 살인 사건을 맡게 된 대형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와 검사가 사건 뒤에 숨겨진 음모를 밝혀 가는 과정을 담아낸 이야기다. 그리고 이선균이 바로 그 에이스 변호사로, 극이 흐를수록 점점 고조되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 성이 날 수밖에 없는 일들을 겪게 된다.
두 영화의 비슷한 장르 탓일까. ‘성난 변호사’는 개봉 전부터 ‘끝까지 간다’와 그야말로 끝없는 비교가 이어졌는데, 정작 두 작품 모두에 출연한 주인공 이선균의 생각은 어떨까.
- 전작 ‘끝까지 간다’가 너무 잘 돼서 부담되지 않나
▼ 부담감이 완전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끝까지 간다’ 이후 온전히 나 혼자 책임을 져야하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다. 그야말로 ‘개고생’하는 시나리오였다. 때리는 것도 아니고 주로 맞는 내용이다. 그런 형사류의 작품이 50% 이상을 넘었다.
-‘성난 변호사’, ‘끝까지 간다’를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나
▼ ‘끝까지 간다’가 내 것도 아니고 제작진이 같은 것도 아니라 이렇게 자꾸 얘기가 나오는 게 좀 민망하다. 그래서 얼마 전에 감독님한테 전화해서 “미안하다. ‘끝까지 간다’가 정말 끝까지 가네. 형한테 짜증냈던 거 미안해. 내가 좀 쓸게”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성난 변호사’는 ‘끝까지 간다’ 보다 슬랩스틱 코미디가 더 가미된 영화다. 조카들도 처음으로 나한테 재밌게 봤다고 문자를 보냈더라. ‘끝까지 간다’ 보다 이해하기 쉬웠던 게 큰 것 같다.
- ‘끝까지 간다’로는 큰 상을 받기도 했는데?
▼ 물론 기분 좋았지만, 상을 받아서 좋은 건 아니었다. 상은 중요하지 않다. 나한테는 '끝까지 간다'가 정말 중요하다. 많은 걸 느끼게 해줬고, 그 영화 이후에 많은 게 달라졌다. 영화에 대한 책임감도 배웠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도 소중하다.
상은 관객들이 느끼는 것 때문에 받는 것이지, 상을 받으려고 영화를 하는 건 아니다. 상을 받을 당시에도 '나한테 왜 주지'라고 생각했다. '남들도 다 받으니 얘도 하나 줘야지' 라고 준 건지 얼떨떨했다. 그러면서 돌이켜보게 됐다. 한 번도 우등생이 되려고 노력해본 적이 없는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올라왔지'라며 고맙고 미안하고 나의 태도가 부끄러웠다. 지금은 우등생이 되려고 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고 느낀다.
- ‘성난 변호사’ 허종호 감독과는 어떤 인연인가.
▼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이다. 그다지 친한 친구는 아니었는데, 나이는 동갑인데 허종호 감독이 후배였다. 90년대 당시에는 작가주의 영화, 홍상수 감독님 같은 영화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유행할 때였는데, 그 친구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철저히 상업주의 영화를 찍었다. 그게 허종호의 장점이었다. 그래서 우리학교 출신 중 가장 먼저 데뷔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카운트다운’은 허종호 답지 않았다(웃음).
-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 허종호 감독이 ‘카운트다운’을 끝내고 시나리오를 줬었는데, 그게 투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서 미뤄졌었다. 그러면서 나는 영화가 엎어졌다고 생각했는데, 허종호는 내가 개런티가 안 맞아서 빠지는 줄 알고 있었더라. 알고 보니 내가 사무실을 옮기면서 서로 소통이 원활하지 못 했던 것이었다. 이걸 3년 뒤에 알고 '그런 거 절대 아니다'라고 오해를 풀었다. 허 감독이 속상했을 것 같다.
또 감독이 친구이다 보니 의견을 다이렉트로 말하게 됐는데 주위에서는 감독이랑 배우랑 ‘사이가 안 좋나’ 했을 수도 있다. 근데 오히려 소통이 빠르고 좋았다. 회식 자리에서도 바로 의견주고 받고 파이팅 했다. 감독과 배우이자 서로 잘 되기를 응원하는 친구다. 그 친구도 이번 영화가 잘 돼야 다음에 또 영화를 찍는 거고, 나도 또 안 되면 '조진웅이 없어서 그렇다'는 말이 나오니까(웃음).
- ‘성난 변호사’가 법정 영화라 어려운 점은 없었나.
▼ 많은 분들이 법정 영화 어렵지 않냐고 하시는데 그다지 법률 용어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변호성이라는 내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법정신이 나올 뿐이다. 막 까부는 성격이어도 일단은 법정에서만큼은 배심원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거기에는 뭐가 필요할까 생각했더니 목사님이나 쇼호스트 같은 분들이 떠올랐다. 그 분들의 말을 경청하게 되는 포인트가 뭘까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연구했다.
- ‘성난 변호사’로 목표한 흥행 수치가 있다면?
▼ 영화는 오로지 나 혼자만의 목표가 아니라 다른 배우, 스태프들과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각자 그 이상을 하려는 노력과 책임이 있어야한다. 한국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건 무서운 직업이다. 정말 멋있는 직업이지만, 결과가 안 좋으면 기약이 없지 않냐.
-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
▼ 원래 하려고 하던 작품이 꼬여서 딜레이되는 바람이 지금 놀고 있다. 안식년 아닌 안식년인 셈이다. 데뷔하고 촬영 없는 게 처음이다. 그러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부족한 점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오히려 ‘이런 시간을 가지려고 이렇게 됐나’라고 생각이 들더라. 이럴 때 어느 순간 탁 틀어지면서 편해지는 게 있는데 너무 다운되는 것도, 게을러지는 것도 싫어서 뭐라도 하면서 ‘움직여야겠다’라는 생각에 운동도 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