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라고 불린다고 모두가 배우는 아니잖아요.”
벌써 데뷔 10년차를 향해 달려가는 손호준이지만 여전히 그는 배우를 꿈꾼다고 말한다. 지난 2013년 tvN ‘응답하라 1994’의 해태 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뒤 ‘태양은 가득히’, ‘트로트의 연인’ 그리고 최근에 종영한 ‘미세스캅’ 등의 작품에서 활약한 바 있는 그가 하기에는 지나치게 겸손한 말이 아닌가 했는가, 알고 보니 깊은 뜻이 있었다.
“배우는 다 좋아해요. 배우라는 칭호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배우라고 말한다고 배우가 되는 건 아니니까. 저도 지금 배우가 되려고 많이 노력하는 단계 같아요. 배우 분들하고 호흡을 맞춘다는 자체가 감사하죠.”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94’는 손호준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하지만 해태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바로 전의 ‘미세스캅’이나 개봉을 앞둔 영화 ‘비밀’에서 다소 어둡거나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그에게 낯선 느낌을 받는다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 때문에 ‘비밀’을 택한 건 아니에요. 그냥 대본이 너무 재밌었고, 주인공 세 명이 복잡하게 얽히는 내용이 흥미로워서 선택하게 됐어요. ‘응답하라 1994’ 해태 이후로 했던 작품이 대부분 밝아서, 대중이 저를 밝게 보시는 것 같아요. 사실 ‘응답하라 1994’ 전에는 어두운 작품들을 주로 했어요. 영화 ‘고사’ 1편, 2편 모두 정신병자 역할도 했었는데요.”
손호준은 이번 작품에서 과거의 살인 사건으로 약혼자를 잃은 남자 철웅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앞서 언급했던 해태 역과는 정반대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 세밀하면서도 극적인 감정 연기를 요하는 캐릭터. 이를 연기하는 손호준의 고민도 남달랐을 터.
“시나리오를 읽고 부담보다는 호기심이 생겼어요. 너무 재밌어서 읽은 지 5분 만에 출연을 결정할 정도였어요. 실제로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해봤어요. 극 중 결혼을 앞두고 약혼녀가 죽는 설정인데, 결혼 준비 과정에서 싸운 후 철웅이가 여자친구를 도로변에 세워두고 가서 죽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이렇게 세워놓지 않으면 죽지 않았을 텐데’라고 죄책감을 느끼게 돼죠. 저는 철웅이 비겁하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사랑해서 복수하려고 했던 건지, 만약에 여자친구를 두고 가지 않은 상황에서 여자친구가 죽었다고 해도 10년 동안 복수를 꿈꿀 수 있었을까요? 저는 사랑보다는 죄책감이 컸다고 생각해요”
5분 만에 ‘비밀’의 출연을 결정한 손호준은 심지어 노개런티로 참여했다고 알렸다. 이는 성동일도 마찬가지. 그 이유는 작품을 선택할 때 기준이 오직 ‘재미’라는 그의 성격도 한 몫 한 듯 했다.
“작품을 결정할 때 기준은 철저하게 재미에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재밌고 흥미롭고, 하고 싶으면 결정하는 편이에요. ‘비밀’도 얽혀있는 캐릭터들의 관계가 그 속의 비밀들이 재밌었어요. 또 같을 장면을 보고 다르게 해석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놀랐죠. 정답이 없는 영화인 것 같아 더 매력적이었어요.”
손호준은 이번 영화를 통해 성동일과 ‘응답하라 1994’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다. ‘응답하라’ 시리즈 배우들은 작품이 끝난 후에도 그 인연을 이어가는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는데, 손호준 역시 성동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응답하라 1994’ 때부터 성동일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 때 제가 분량이 많지 않아서 어떻게 연기해야 부각되는지, 어떻게 해야 연기가 살 수 있는지 알려주시기도 했어요. 그리고 돈을 벌게 되면 세금을 얼마 내야 하기 때문에 얼마를 빼놓아야 하는지 까지도 말씀해주셨고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선배님과 싸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컷’ 소리 나면 바로 ‘아버지 괜찮으세요?’라고 말하는 상황이 재밌었어요. ‘응답하라 1994’ 때부터 아버지라고 불렀는데, 성동일 선배님이 그렇게 나이가 많으신 편이 아닌데도 버릇이 돼서 잘 안 고쳐지더라고요.”
스타덤에 오른 직후부터 드라마부터 영화까지 쉼 없이 달려왔던 손호준. 그는 과거 인터뷰를 통해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인연을 맺은 유연석과 여행을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행은 둘이 계속 얘기중이지만, 일정이 잘 안 맞아요. 제가 한가하면 연석이가 바쁘고, 연석이가 한가하면 제가 바빴어요. 어디로 갈지는 저한테 선택권이 없어요. 연석이가 워낙 여행을 많이 가봤어서 제가 산인지 바다인지, 대충 보고 싶은 걸 말하면 연석이가 딱 맞춰서 코스를 짜와요. 좋은 친구죠.”
‘비밀’은 살인자의 딸과 그를 키운 형사 그리고 비밀을 쥐고 나타난 의문의 남자 등 만나면 안 될 세 사람이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영화다. 성동일, 김유정, 손호준이 출연하며, ‘더 테러 라이브’의 각색을 맡은 박은경, 이동하 감독의 데뷔작이다. 오는 15일 개봉 예정. / jsy901104@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