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두식에게는 여러 가지 얼굴이 있었다. 특히 카메라 앞에 서면 더욱 다양한 모습이 나오는데 불량스러운 일진 학생이 됐다가, 가진 것 없이 입만 살아있는 허세남을 보여주는가 하면, 세상에서 가장 못난 찌질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스물 여덟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아이 같은 얼굴로 솔직한 성격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이하 막영애14)에서 회사원 박두식을 연기하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인기까지 얻었다.
빡빡한 촬영 스케줄로 바쁜 일상을 보내다 종영 이후 운동을 통해 체력을 다지고 있다는 박두식. 2년이란 짧은 시간동안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박두식을 만나 그의 진짜 속내를 들어봤다.
■"조현영과 키스신, 대본에 충실했다"
지난 8월 31일 방송된 '막영애14' 7회에서 박선호에게 퇴짜를 맞은 조현영과 박두식이 술자리를 가진 후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키스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졌다. 두 사람의 키스신은 방송 후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높은 관심을 끌었다. 클립 영상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조)현영이와의 키스신은 대본에 충실했다. NG 없이 한 번에 끝났다. 앵글을 15번 정도 바꿔가면서 찍었기 때문에 NG가 없었던 것 같다. 두식이와 현영이 좋아해서 키스를 한 게 아니라 술을 마시고 느닷없이 한 것이기 때문에 그 감정을 살리려고 미친듯이 했다. 지문에 '격렬하게 열정적으로'라고 적혀 있었다.(웃음) 저희는 코믹이었는데 시청자들이 멜로로 봐주셔서 감사하다."
현영은 두식에게 사귀자고 고백했지만 그는 연애할 때가 아니라면서 그녀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후 선호와 현영이 사귀게 되면서 두 사람을 지켜보는 두식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현영과 사귀겠다고 마음이 바뀐 것. 결국 그는 현영과 선호를 떼어놓으려는 진상스러운 짓을 펼쳐 웃음을 안겼다.
그렇다면 박두식의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저는 단 한 번도 차인 적이 없다. 극중 두식이와 다르다. 거짓말을 못하고,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은 것이다. 밀당도 못한다. 그래서 두식이를 연기하면서 저와 너무 달라 답답했다. 너무 찌질해서 이런 친구가 있다면 곁에 두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박두식은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 "고양이상에 성격 좋은 여자가 좋다. 저는 올인하는 편이다. 가뭄에 콩나듯 나쁜 남자가 될 때도 있지만, 제가 어린 아이 같은 면이 있어서 어머니처럼 보듬어 줄 수 있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며 "마지막 연애한 지 벌써 3년이나 흘렀다. 사귀게 되면 잘 챙겨줘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잘 해 줄 자신이 없어서 연애를 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아치·일진 말고 진짜 남자 연기하고파"
지난 2013년 영화 '전설의 주먹'을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박두식은 2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다. 드라마 '후아유 2015'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응급남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영화 '신촌 좀비만화' 등 한 작품이 끝나면 곧바로 새 작품에 들어가는 식으로 연기에 대한 갈증을 채워왔다.
"2년 동안 2~3개월 쉬고 지속적으로 활동했는데 힘들지 않다. 연기를 할 수 있음에 너무 행복하다. 어렸을 때부터 한 번 목표를 잡으면 놓지 않는 스타일이다. 최종 목적지까지 빨리 가고 싶다. 제 본능인 것 같다."
박두식은 초등학교 시절 열린 학예회에서 연기의 맛을 봤다. 당시 연극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왕 역할을 맡았고, 친구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아 뿌듯하고 뭉클한 느낌이 들었다고. 그 날부터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막연하게 배우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가 고등학생이 된 이후 본격적으로 입시 준비를 시작해 재수 없이 한 번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현재는 대학 졸업은 물론, 군 생활도 마쳤다.
박두식은 "최민식 설경구 황정민 선배님과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 그분들에게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아서다. 저도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박두식이 나왔다하면 꼭 봐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는 진정한 뒷골목 남자들의 세계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면서 "그동안 양아치, 일진만 했지 그 이상은 하지 못했다. 더 세고 남자다운 캐릭터를 맡고 싶다. '막영애'의 두식이가 초심을 잃지 않는 캐릭터였으니까 저도 처음 결심한 그 마음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웃음)" / purplish@osen.co.kr
[사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