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떨어지고 일상이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쯤 누군가에게 강렬한 자극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게을러지는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더 엄격하고 냉정하게 몰아붙여 한 단계 나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마음 때문이다. 때 마침 배우 주원이 느슨해진 몸과 마음을 다시 팽팽하게 잡아당겨주는 역할을 해냈다.
아직도 아이 같은 순수한 말투와 눈빛을 가진 주원의 입담이 능력이 뛰어난 전문 방송인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저는 성실 빼면 없다. 20대를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하는 그 한마디 한마디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주원의 이야기는 자신이 잘났다고 자랑을 하는 느낌 없이, 배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도 자극을 줄 만한 '자기 계발서' 같았다.
주원의 진가는 12일 방송된 SBS 예능 '힐링캠프-500인'(이하 힐링캠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배우가 되기 위해 학창시절을 치열하게 보냈고, 각고의 노력 끝에 꿈을 이루고나서도 늘 한결 같은 자세로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주원이 워낙 연기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혹시 이 모습도 연기가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크게 잘못 생각한 것이다. 주원은 거칠고 살벌한(?) 연예계에서 몇 안 되는 예의 바르고 착실한 청년이었다.
그간 '용팔이' '굿닥터' '오작교 형제들' '제빵왕 김탁구' 등 많은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시청률 보증수표로 떠올랐지만 또래 스타들과 비교하며 속상해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시샘을 느끼는 또래 배우가 많다.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고 (유)해진이 형에게 상담도 했다"며 "나는 그들과 달리 연기적인 길만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할 거니까 마지막에 누가 있나보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여전히 부모님에게 애교를 부리며 효도하는 개념 찬 청년을 향한 주변의 평가도 남달랐다. 전국 시청률 20%를 돌파한 드라마 '용팔이'에 함께 출연한 김태희는 "주원은 영리함과 여린 감성을 다 갖춘 배우"라고 말했다. 또 유해진은 주원에 대해 "반말을 섞어가면서 살갑게 애교를 부린다. 나이 차이가 있고 해서 어려워할 수도 있는데 가깝게 먼저 다가와서 애교 부리는 게 좋은 것 같다"며 "올바른 놈이다. 현장에서도 항상 예의가 몸에 배어있는 친구"라고 평가했다.
지인들의 말 그대로 주원은 타고난 듯 노력하는 배우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사람에 대한 예의와 애정,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다. 꼭 배우가 아닌 다른 분야에 있더라도 그의 노력과 열정은 충분히 배울만 했다.
어쩜 이렇게 이상적인 모습 그대로일까. 만약에 주원의 이야기가 공감하기 어려운 너무도 대단한 극복담이라든지 억세게 운좋은 인생 역전 스토리였다면 보는 사람들에게 되레 반감을 안겼을 것이다. 방송을 보는 내내 그가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왔는지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어려움을 하나 넘어서고 또 다시 만나는 역경, 하지만 꾸준히 다시 일어나 싸워온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대를 치열하게 보낸 주원의 삶을 통해 꿈을 향해 나가는 열정을 배운 사람들의 응원 메시지가 가득하다. 곧 30대에 들어설 주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우쭈쭈~'/ purplish@osen.co.kr
[사진]'힐링캠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