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패션 예능 채널에서 한 연예인의 디자인 표절 의혹이 크게 불거지며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소설가가 일본 문학 작품을 베꼈다는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창의력을 통한 창작물의 지적재산권이 인정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표절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12일 오후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는 한국 대표로 참여한 하상욱과 일일 비정상대표 영국 마크 앤클리프, G12가 각 나라에서 화제가 된 표절 논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알베르토는 이탈리아의 개그 표절 사건을 전했다. 평소 똑똑하고 깊이 있는 유머로 사랑을 받아 온 한 개그맨이 바빠진 스케줄 탓에 농담을 쓸 시간이 없어졌고, 그래서 유명한 미국인 개그 등을 번역해서 쓰기 시작했다는 것. 하지만 그 사실은 금세 들통이 났고, 표절 사건 이후 개그맨의 평판은 급속도로 하락해 현재는 방송에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유세윤은 “한국 개그도 중국이나 다른 곳들에서 많이 표절되고 있다고 하더라”는 말을 덧붙이며 개그맨으로서 느끼는 씁쓸함을 드러냈다.
이어 새미는 최근 중국 허베이 성에서 일어난 ‘짝퉁 스핑크스’ 사건을 언급했다. 새미는 “표절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며 중국이 시멘트로 만든 스핑크스를 보며 일갈했고, “표절이 아니라 오마주 아니냐”는 유세윤의 질문에 중국 측 관계자가 영화 제작용이라고 주장을 했지만 그것 또한 이집트의 허가를 받은 후 진행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이런 중국 측의 만행에 이집트 문화부는 유네스코에 항의를 했고, 결국 ‘문화∙자연 유산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유네스코의 협약을 위반한 중국은 모조품 스핑크스를 철거할 예정에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문화유산이나 글, 음악 등 그 기준을 알기 어려운 지적재산권 표절에 관한 문제에 하상욱은 “저는 당한 일도 있다”며 입을 열었다. 하상욱은 “어떤 브랜드랑 제 글 같은 형식으로 일을 진행시키기로 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 단계까지 갔지만 무산됐다”고 전하며 “무산되면서 (브랜드 측에서) 저에게 남긴 말이 있다, 그냥 우리가 똑같이 써도 되는 걸 굳이 돈 주고 진행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결국 모 브랜드 측은 하상욱의 글과 똑같은 형식으로 글을 써서 이벤트를 진행해버렸고, 이런 억울한 상황에 대해 전현무는 “법적으로 어떻게 걸 수가 없었냐”고 물었지만 하상욱은 “특허를 받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구제를 받기가 어렵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샀다.
이어 테일러는 일본의 올림픽 앰블럼 논란과 중국의 올림픽 테마 후보곡 논란에 대해 얘기했다. ‘겨울왕국’의 주제가인 ‘Let it go'와 너무나 닮아있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테마 후보곡‘을 들은 비정상대표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고, 성시경은 “저도 곡을 쓰지만 표절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시경은 “예를 들어 내가 곡을 썼는데 200년 전에 누가 써놨고, 난 진짜로 창작을 한 건데 운이 없는 걸 수도 있다”면서 “누가 봐도 그런 것 같지만 정답은 본인만 알고 있는 것”이라며 양심의 문제이기도 한 표절에 대한 죄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도덕적∙윤리적 문제로 간주하는 경향이 짙은 표절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 그 심각성과 중요성에 대한 교육이나 대응이 미흡한 상황이다. 가수 정재형이 파리에서 유학할 당시, 그가 악보를 복사하고 있는 모습에 한 할머니가 다가와 “그건 범죄다”라고 일침을 남긴 에피소드는 음악가인 그마저 간과하고 있었던 저작권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제는 우리도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한편 ‘비정상회담’은 각국의 청년들이 모여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50분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비정상회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