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역시 셰프들의 대결일 것이다. 요리 경력 40년이 넘는 대가도, 정식 셰프가 아닌 야매요리 전문가도 이 프로그램의 주방 안에서는 모두 동등한 위치가 된다. 15분 안에 요리를 완성해 게스트의 입맛을 만족시켜야 하는 이 우위도 열세도 없는 대결은 함부로 승부를 예측할 수 없고, 그래서 더욱 짜릿한 긴장감과 희열을 안긴다.
지난 12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씨스타 보라의 냉장고 재료를 이용해 네 명의 셰프들이 요리대결을 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첫 대결에 나선 건 파죽의 5연승을 달리고 있는 이연복과 미카엘이었다. 두 사람은 ‘등갈비의 기막힌 변신’이라는 주제로 어머니의 등갈비 요리를 뛰어넘는 색다른 등갈비 요리를 원하는 보라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했다. 양념을 재우고 고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시간 이상이 걸리는 재료인 등갈비를 이용한 요리에 두 사람은 대결에 앞서 너무 짧은 15분이라는 시간에 난색을 표했다. 특히 이연복은 본격적인 대결 시작 후, 고기 요리 강자 미카엘과의 대결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평소와 달리 살짝 손을 떨며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15분 안에 고기를 부드럽게 익히기 위한 각자의 방법으로 빠르게 요리를 시작했고, 제한 시간 내에 요리를 완성해냈다.
미카엘의 양념 등갈비에 강낭콩 샐러드를 곁들인 ‘등갈빈’과 이연복의 찹쌀가루를 묻혀 찐 등갈비에 중화풍 소스로 양념한 채소를 곁들인 ‘기세등등갈비’를 맛 본 보라의 표정은 만족스러웠다. 두 사람의 요리 모두 입에 넣자마자 기분 좋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환한 미소를 지은 보라의 최종 선택은 이연복의 ‘기세등등갈비’였다. 보라는 “‘등갈빈’은 먹어 본 느낌이 있었다”며 “‘기세등등갈비’는 정말 처음 먹어 본 맛이고, 상상이 안 되는 맛이었다. 든든한 한 끼를 먹은 것 같은 믿음이 가는 요리였다”며 이연복의 손을 든 이유를 전했고, 이연복은 이날의 승리로 파죽지세의 미카엘을 꺾으며 ‘냉장고를 부탁해’ 최초로 6연승의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어 샘킴과 최현석이 ‘한식재료로 만드는 셰프의 양식’을 주제로 맞붙게 됐다. 샘킴은 최현석과의 대결에서 4전 4패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특기인 이탈리안 요리로 계속된 패배를 맛 본 탓에 김풍에게 “파스타와 리소토에 갇혀있다”며 “새로운 요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샘킴의 고집은 계속됐다. 그는 단호박 육수로 만든 리소토에 블루베리 소스로 양념한 강낭콩과 살치 살 고명을 곁들인 ‘리소토 먹어보라’를 준비했고, 팬 4개를 꺼내 들고 전력을 풀가동하며 MC 김성주의 중간 점검까지 마다하며 맛 보안을 유지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버터와 치즈를 넣으며 묽은 리소토의 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애쓰는 샘킴의 모습에 모두는 긴장을 늦추지 못했고, 10초라는 시간을 남긴 채 플레이팅을 시작하며 아슬아슬하게 요리를 완성했다.
이렇게 완성된 요리를 맛 본 보라는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탄식으로 “닿지도 않았는데 녹아내리는 맛”이라며 찬사를 했고, 결국 샘킴의 요리를 최종 선택했다. 다섯 번째 도전 끝에 드디어 최현석을 상대로 첫 승에 성공한 샘킴이 이룬 값진 승리이자 묵묵히 이탈리안 요리로 승부수를 건 그의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요리라는 대결 아래 영원한 승리도, 영원한 패배도 없다는 걸 보여 준 이들의 승부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에 팽팽한 긴장과 함께 승리에 대한 쾌감을 더해주었다. 앞으로도 계속될 이들의 대결에 어떤 이변이 발생하고, 또 어떤 승리와 패배로 보는 이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게 될지 관심이 주목된다.
한편, '냉장고를 부탁해'는 출연진이 자신의 집에 있는 냉장고를 직접 스튜디오로 가지고 와 그 안에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월요일 오후 9시 30분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