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소담 인턴기자] 언제부터였을까.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구박받던 정형돈이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자 여러 개의 방송사가 비상이 걸릴 정도의 대세가 된 것이. 정확한 시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한 순간에 뜬 벼락스타가 아니라는 걸 반증한다. 스스로 ‘4대 천왕’이라고 칭하지만 부정할 수 없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형돈은 누군가와 붙여놨을 때 예상치 못한 케미스트리(조합)로 재미를 살린다. ‘무한도전’ 가요제 특집에서 그 장점은 가장 잘 살아났다.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지드래곤, 아티스트 이미지가 강했던 정재형을 비롯해 심지어 말이 없는 혁오밴드의 오혁까지 정형돈의 앞에서는 모두 사르르 무너졌다.
이 방법은 공격적인 것 같으면서도 신선하다. 어느 누가 예능이지만 앞서 언급한 아티스트들을 상대로 뻔뻔함을 밑바탕으로 한 ‘밀당’을 선보일 수 있을까. 심지어 함께 하는 아티스트들에게는 대중적인 이미지도 심어주니 정형돈의 마성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뻔뻔함을 밑바탕으로 한 ‘밀당’은 게스트 몰이로도 이어진다.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를 여기까지 이끈 것은 MC들의 역량이 크다. 음식예능이 아무리 대세를 탔다고는 했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정형돈은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탐정식 진행과 중계식의 진행을 선보인다.
게스트들의 냉장고를 살펴보며 어떻게 해서든 재미를 찾아내야 한다. 관찰력과 순발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종이 개구리, 쪽지, 여성 화장품 등등 놓치지 않고 ‘게스트 몰이’에 나선다. 김성주와의 케미는 중계에서 산다. 스포츠 중계에 능숙한 김성주를 요리 현장에 내보내고 그와 주고받는 대화들은 탁구공처럼 살아있다. 가만히 앉아 셰프들이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고 있어도, 재미와 스토리는 정형돈과 김성주가 책임지니 게스트들이 더 선호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이 같은 정형돈의 역량은 MBC every1 예능프로그램 ‘주간아이돌’을 통해 검증됐다. 특히 신인 아이돌을 상대로 진행하는 코너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지난 2011년 첫 방송된 ‘주간아이돌’은 현재 아이돌그룹이라면 꼭 나오고 싶은 프로그램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아이돌만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치고 팬덤에서도 이토록 환영받는 예능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형돈은 관찰력을 발휘해 순간적으로 팀내 ‘몰이’를 할 멤버와 애정을 퍼부을 멤버를 동시에 찾아낸다. 나름의 밀당 기술이다. 몰이 멤버는 하루 종일 공격을 받는데 이것이 정형돈이 ‘주간아이돌’에서 웃음을 살리는 필살기다. 늘 따라붙는 “나도 이 정도면 이 팀의 멤버가 될 수 있겠다”는 단골 멘트는 웃음을 보장한다.
게스트를 쥐락펴락하는 밀당 기술은 정형돈을 여기까지 이끌어준 원동력이 됐다. 공격적인 것 같지만 적극적인 애정 공세라는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에 불쾌함은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없어서는 안 될 캐릭터지만 대다수에게 호감을 준다는 점에서 4대 천왕의 역량을 갖춘 MC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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