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소담 인턴기자] 권력의 힘이란 무섭고, 또 그것을 맛본 후엔 달콤하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남다름이 잔트가르(최고의 사내)를 찾는 길이 권력 앞에서 험난하기만 하다. 평생을 잔트가르라 믿고 살았던 천호진도 권력 앞에서 나약했고, 아버지 다음으로 찾아낸 김명민은 옥에 갇혀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스승 전노민마저 변절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서는 홍인방(전노민 분)이 길태미(박혁권 분)와 손을 잡으며 변절을 알렸다. 소위 잘나가는 길태미 집안과 사돈을 맺기 위함이었다. 이를 어린 이방원(남다름 분)이 목격하고 분노했다.
극 초반 홍인방은 성균관 유생들을 가르치는 스승이자 정의로운 인물로 설정돼 있었다. 절대악 이인겸(최종원 분)과 길태미 무리들에 맞서 유생들에게 공자의 인에 대해 말하고 "인한 마음이란 살아 꿈틀거리며 펄펄 살아 움직이는 기백이다. 가두면 가둘수록 더욱 더 살아 움직이거라"며 행동할 것을 권고했다. 선비의 기백이 살아 있었고 정의로움이 넘쳤다.
홍인방이 성균관에서 끌려 나가던 순간 공자를 언급했던 것은 흥미롭다. 공자는 춘추전국시대의 인물로 가장 혼란스럽던 시절 태어났다. "아침에 온 세상에 질서가 잡혔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겠다"며 법에 앞서는 도덕, 윗사람의 모범을 강조했던 인물이다. 이처럼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 공자의 사상을 앞장서 가르치던 사람이 탐욕에 젖어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충분했다.
홍인방의 변절을 본 이방원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앞서 이방원은 홍인방을 보고 "저 아저씨처럼 되고 싶다"며 성균관에 들어가겠다고 다짐했고, 공자의 인을 외치던 홍인방을 보고 "그래 여기다"며 결심을 굳혔기 때문. 이 가운데 홍인방은 되레 "악이란 무엇이냐. 또 선은 무엇이냐"며 이방원과 설전을 벌였다. 홍인방은 "선인과 악인이 따로 있는 거냐"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변명을 인간의 본성과 관련지어 늘어놨다.
이와 함께 끌려갔던 홍인방이 고문을 이기지 못해 "저는 모르는 일이다. 전부 정몽주가 시킨 일이다"며 비는 회상 장면이 그려졌다. 권력의 힘 앞에서는 인간은 나약하기만 했다. 그의 변절은 이인겸과 길태미의 악행보다 현실적이라 더 씁쓸했다. / besodam@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