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화려한 유혹’, 화려하지 않다고? 고급 막장의 반란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10.13 11: 29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이 예상 밖으로 선전하고 있다. 경쟁 드라마가 대작인 만큼 제작진과 배우 면모가 그야말로 화려한 가운데, 비교적 덜 화려한 ‘화려한 유혹’이 경쟁 드라마 못지않은 흥미를 유발하고 있는 것. 여기에는 자극적인 막장 전개를 세련되게 감추는 연출 김상협 PD의 힘이 상당히 크다. 
‘화려한 유혹’은 첫 방송부터 신은수(최강희 분, 아역 김새론 분)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남편을 잃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이후 시간을 돌려 은수의 어린 시절은 국회의원 아들 진형우(주상욱 분, 아역 남주혁 분)와의 풋풋하지만 이뤄질 수 없는 첫 사랑으로 고난이 펼쳐지고 있다. 이야기는 ‘메이퀸’, ‘황금무지개’ 등 막장 드라마를 집필한 손영목 작가답게 휘몰아치는 전개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지난 12일 방송된 3회는 형우와 은수 집안의 악연이 시작된 가운데, 형우의 아버지 진정기(김병세 분)가 은수의 아버지 신기사(정인기 분)로 인해 자살을 택하며 파국을 맞았다. 물론 신기사가 진정기를 죽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지만, 이 같은 비극의 뒷면에는 이 드라마의 악의 축인 강석현(정진영 분)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석현과 야심이 많은 정기의 부인 한영애(나영희 분)로 인해 결국 형우와 은수가 큰 상처를 입고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되며 시작되는 비극은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 이 드라마는 형우와 은수의 험난한 인생살이가 예고돼 있다.

‘화려한 유혹’은 뚜렷한 선악구도, 그리고 악행을 일삼는 석현의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악랄한 범죄들이 첫 방송부터 쏟아지고 있다. 손 작가는 전작에서도 시청자들을 기함하게 하는 악역이 마지막 회까지 맹활약하며 선한 주인공을 호구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는데, 이번 드라마 역시 악역 전성시대 속 선한 인물들의 답답한 행보가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짜증 유발 전개에도 ‘화려한 유혹’은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는 김상협 PD의 연출의 힘이 크다. ‘7급 공무원’, ‘마마’를 통해 진부한 이야기도 세련되게 포장하는 연출 감각을 뽐내온 그는 이번 대놓고 막장 드라마인 ‘화려한 유혹’의 자극적인 면을 상당히 줄이는데 일등공신이라고 볼 수 있다. 감성적이면서도 질질 끄는 법 없는 군더더기 없는 연출은 ‘화려한 유혹’의 막장 요소를 상쇄하는 데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항상 통속극을 쓰지만, 이번 드라마에서만큼은 초반 비밀의 여지를 남겨두는 전법을 제법 능숙하게 활용하며 스릴러 장치를 적절히 넣고 있는 손 작가의 변화된 면모도 ‘화려한 유혹’의 초반 상승세의 이유가 되고 있다.
‘화려한 유혹’은 13일 방송되는 4회를 마지막으로 과거 인연을 마무리 짓고 다시 은수의 남편이 왜 실종됐는지의 조각을 맞춰야 하는 현재의 이야기로 돌아올 예정이다. 흥미 유발에 성공한 ‘화려한 유혹’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5회부터인 가운데, 이 드라마가 현재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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