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육룡이' 변요한의 흑화, 단 세 문장이면 됐다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5.10.14 10: 09

[OSEN=이소담 인턴기자] "백윤 대감 되십니까, 백윤 대감 되십니까, 그럼 됐다." 단 세 줄의 대사였다. 배우 변요한이 '육룡이 나르샤'에서 '흑화'된 이방지를 표현하는데 긴 설명은 필요 없었다. 눈빛이 다한 마지막 10분이었다.
변요한은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4회에서 아역 윤찬영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방지로 본격적인 등장을 알렸다. 이방지는 과거 연인인 연희(박시은 분, 이후 정유민 분)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까지 끊으려고 했던 인물이다. 이후 스승 장삼봉(서현철 분)을 만나 무술을 배우며 백윤(김하균 분)을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아왔다.
4회의 마지막 10분은 1회의 첫 장면과 연결된다.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온 지점이자 이방지와 이방원의 재회가 그려졌다. 이들은 훗날 조선을 건국하는 일을 도모하는 육룡으로 뜻을 함께 하는 만큼 첫 만남부터가 의미 있었다. 또 유아인과 변요한이라는 믿고 보는 배우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니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극에 달했다.

극에서 나오지 않은 6년의 세월을 단 10분으로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변요한은 단 세 줄의 대사와 백윤과 그의 가노를 향한 살기 어린 눈빛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했다. 낮게 깔리는 목소리와 피 묻은 얼굴까지 상처 받은 야수의 모습이 이런 것일까. 특히 이를 목격한 이방원이 이방지를 스쳐지나가는 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느리게 연출된 장면은 대놓고 숨을 멎을 순간을 제공했다.
변요한의 이와 같은 '흑화'는 이방지가 나약했던 과거의 모습을 완전히 지우고 '히어로' 급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도 반갑지만 배우 자체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드라마만 놓고 본다면 변요한은 tvN '미생'에서 장난기 많고 사회성이 높은 한석율에 이어 tvN '구여친클럽'에서는 아무에게나 친절하고 자상한 방명수를 연기했다. 이번 이방지는 전혀 다르다. 삼한 제일검으로 정도전을 호위하는 바람 같은 검객이며, 깊은 사연을 담은 인물이자 화려한 액션을 선보일 캐릭터다. 지금까지 드러난 특성으로는 말수가 많지 않아 존재 자체만으로도 묵직함을 느끼게 해야 한다. 아무래도 밝은 역할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고 아역에서 성인 배역으로 바뀌는 순간이라 어색함이 느껴질 법도 한데 변요한은 전작 캐릭터를 전혀 떠올릴 수 없이 단 10분만으로 자신만의 이방지 탄생을 예고했다.
물론 변요한을 언급함에 있어 독립영화를 빼놓을 수 없지만 브라운관은 비교적 더 대중적인 매체다. 이방지와 재회한 순간 이방원 말했다. "내가 본 것이 대체 무엇인고,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변요한의 연기 변신에 대한 감상이 딱 그렇다.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변요한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됐으니 즐겁지 아니한가.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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