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유혹’에는 흔한 막장드라마처럼 출생의 비밀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요소도 아니고 ○○그룹 실장님이나 후계 구도를 둘러싼 다툼도 없다. 거대한 정치권력에 희생당한 사람들이 반전을 꾀하고 복수하는 내용의 드라마다. 무엇보다 막장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점인 뜬금없는 장면이 없다. ‘화려한 유혹’은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내며 어느새 두 자릿수 시청률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는 1회에서 궁금증을 만들어냈던 신은수(최강희 분)와 진형우(주상욱 분) 그리고 강일주(차예련 분)을 둘러싼 삼각관계의 비밀이 풀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진형우는 아버지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 강석현(정진영 분)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강일주가 강석현의 친딸임을 알고 아버지의 복수에 이용하기위해 키스를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앞으로 전개될 ‘화려한 유혹’에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요소는 출생의 비밀이 아니다. 되려 강일주가 강석현의 친딸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일찌감치 공개했다. 이 드라마에서 더 이상 출생의 비밀이 등장할 여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신은수와 진형우가 알고 보니 남매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진형우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들이다. 시청자들은 진형우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한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지만 진형우와 주변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진형우가 아버지의 비자금 문서 원본을 감춘 사람이 강일주라는 사실을 알아챌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강일주가 진형우의 복수에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지 여부도 극의 긴장감을 더할 것이다.
1회에서 잠깐 등장했던 강석현도 재벌이라기보다는 권력의 실세였던 장인어른의 권력기반을 물려받아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까지 한 정치인이다. 돈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의미의 재벌은 아니다. 강석현이 자신의 비자금 문제를 자꾸 건드리는 태평양일보 사주인 권수명(김창완 분)을 협박 할 때도 돈으로 협박하는 것이 아니라 세무조사와 청와대의 이름을 꺼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화려한 유혹'에서는 뜬금없는 죽음이 없다. 진형우의 아버지인 진정기(김병세 분)의 투신자살도 이전에 그려졌던 진정기의 책임감 강한 모습과 바른 성품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납득이 갔다. 떡을 먹다가 죽는다거나 웃다가 죽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른 막장드라마에서 흔히 보이는 이유도 맥락도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악역도 없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한영애(나영희 분)도 강석현의 명령을 받아 신은수를 납치했고, 그 과정에서 상황이 꼬이면서 진정기가 죽음을 맞았다. 한영애는 남편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죄책감과 강석현에 대한 원망을 신은수네 가족에게 풀어내며 악담을 했다. 적어도 소리만 지르면서 주위 사람들을 바보인줄로 아는 악역은 아니다.
‘화려한 유혹’은 소재에서부터 드라마 전개까지 막장이라고 불릴만한 요소가 없다. 잘 쓰인 대본 아래서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들이 있는 재미있는 드라마다. /pps2014@osen.co.kr
[사진] '화려한 유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