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예지, 센 척에서 진짜 센 래퍼로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5.10.14 14: 41

처음에는 그냥 센 척 하는 터프한 (아이돌스럽지 않은)아이돌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 '센' 여성 래퍼가 됐다.
걸그룹 피에스타 예지가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2'의 최강자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처음에는 트루디였다가 그 바통을 예지가 이어 받았다고도 할 수 있다. 트루디가 막강한 실력자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독창성 면에서 부족해 뭔가 항상 아쉬움이 있다면, 예지는 트루디보다 랩 스킬이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본인만의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른바 '크레이지 독(Crazy dog).'
예지는 일촉즉발의 탈락 위기에서 반전의 드라마를 썼다. 영구 탈락 미션에서 애쉬비, 안수민보다 월등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이끌어냈던 것.

심사평이 시청자들의 래퍼에 대한 인식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데,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매드클라운은 "오늘 모든 무대 통틀어서 자기 어필을 가장 잘했었던 것 같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라고, 산이는 "예지의 무대가 '언프리티 랩스타' 하면서 봤던 무대 중에 제일 멋있었다. 가장 솔직하고 멋있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무대를 통해서 다 토해낸 것 같다"라고 칭찬했다.
특히 '미친 개'란 거친 단어의 반복과 '내가 설마 X밥인데 아이돌을 하겠냐' 등의 강도 센 가사가 인상적이었는데, 본인의 이야기를 공격적으로 잘 풀어냈다는 점에서 예지를 다시 보게 했다. 트루디 원톱 체제에서 트루디-예지 투톱 구도가 형성된 것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음을 1:1 디스전에서 증명했다. 지난 방송에서 예지는 배틀에 먼저 도전장을 내민 수아를 완벽 제압했다.
단순히 기싸움에서 상대를 제압한 것을 넘어 살벌한 가사에서 튀어나오는 라임과 펀치라인이 귀에 박혔다. 예지의 가장 큰 장점은 가사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이의 평처럼 가사 전달력이 약한 일반적인 여성 래퍼의 약점을 넘고 완벽한 딜리버리로 설득력 있는 승리를 거뒀다.
물론 예지의 이런 성향이 너무 갱스터랩에만 최적화 돼 래퍼로서 그 폭이 좁지 않을까란 우려도 있다. 하지만 다른 모습은 예지가 앞으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예지는 사실 '언프리티 랩스타2'의 출연자 중에서도 특이한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언더 래퍼스러운 아이돌'. 타이틀은 아이돌이지만 그렇다고 소위 다른 래퍼들이 '깔'만한 아이돌은 아니다. 그렇다고 언더 래퍼는 더더욱 아니다. 한 마디로 애매하다. 초반 예지가 보여주는 표정이나 말투, 제스처는 스웨그라기 보다는 쟁쟁한 래퍼들 사이에서 세 보이고 싶어하는 모습 같아 어딘가 불안해보이기도 했다.
만약 예지가 이를 잘 못 풀어냈다면 애매함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위치를 랩으로 역 이용해 장점으로 만들어놓았다. 확실히 이제는 예지 얼굴에 웃음기도 돌기도 한다. 한층 여유를 찾으니 오히려 전보다 더 세 보인다. /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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