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 땅이 굳어지는 법입니다.”
아직 비가 덜 그친 거 같다. ‘브랜 뉴’를 내세웠던 52회 대종상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배우들에게는 상을 주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야기했다. 지난 과오를 지우고 국민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각오는 “불참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겠다”는 발언 앞에 무너졌다. 아직 새로워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14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에서 개최된 '제 52회 대종상영화제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간담회'에는 영화배우 최민식, 손예진, 조직위원장 김구회, 집행위원장 최하원, 본부장 조근우가 참석해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 대종상 측은 "새로워질 이번 대종상 영화제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달라"고 당부하며 그간 애쓰고 힘쓴 부분들을 하나씩 나열했다. 아픔을 딛고 최고의 영화제로 거듭나기 위해 변화를 꽤했다는 것인데, 역대 대종상 수상자를 모두 초청하고, 레드카펫 행사를 도입하며, 세계화를 위해 힘쓰겠다는 내용이다. 북한 배우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을 해 놓았다는 이야기는 놀라움까지 자아냈다. 그런데 이후 더 놀랄 이야기들이 터져나왔다. "대리수상 제도를 없애겠다"는 발언은 꽤나 충격적이다.
이날 조근우 본부장은 "올해는 참석하지 않는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함께 하는 영화제인데 대리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결정했다"고 못을 박았다.
차라리 이날 ‘공정성’을 앞세우지 않았다면 이 같은 발언이 이토록 허망하게 들리지는 않았을 텐데, 대종상 측은 이번 행사에서 ‘공정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영화제 측은 “흠이 없는 대종상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약속드린다. 어느 해보다 공정한 영화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소개는 웃음거리가 돼 버렸다.
앞서 공정성의 문제로 대종상의 위상을 바닥을 쳤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이번 대종상에 강하게 힘을 주고 있는 중. 이에 이번 대리 수상 논란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을 주지 않고, 심지어 다른 배우에게 시상을 하겠다면서 공정성을 내세우는 모습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 아닌가. 모든 부문에 두 명의 수상자를 선정한다는 것 또한 영화제에 많은 배우들을 참석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재기를 위해 힘을 주고 이번 대종상에 사활을 걸었음은 느껴진다. 하지만 공정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종상의 홍보대사를 맡아 무한한 영광”이라는 최민식과 손예진의 민망함을 덜어내기 위해서라도./joonamana@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