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 중인 주말 드라마를 살펴보면,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불륜남이 꼭 한 명씩은 등장한다. 그런데 조금만 찬찬히, 또 진득하게 뜯어보면 불륜남이라고 다 똑같은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그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불륜이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만 그 때의 상황에 따라 이해가 가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뒤통수를 날리고 싶어 주먹을 꽉 쥐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불륜남도 맛 맛깔스럽게 소화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있다.
◆ 최원영, 밉상인데 이상하게 밉지 않은 불륜남
최원영은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놓고 큰 사랑을 받고 있는 tvN 금토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에서 하노라(최지우 분)의 남편이었던 김우철 교수를 연기하고 있다. 우철은 노라와 이혼을 하기 전부터 우천대 이사장 딸인 이진(박효주 분)과 오랫동안 연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노라에게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혼을 요구했고, 노라는 이런 남편의 마음을 잡기 위해 몰래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그렇게 노라가 우천대에 입학을 하고, 우철 역시 우천대로 이직하면서 여러 가지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우철은 노라에게 이진과의 만남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했고, 이와 동시에 이진에게는 노라가 우천대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 혹시라도 자신의 이중비밀이 탄노날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최원영이라는 배우를 만나 오히려 웃음을 유발하곤 했다. 분명 화가 나야 하는 상황임에도 능청스럽게 위기를 모면하고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행동을 취하는 최원영의 모습이 또 다른 재미 포인트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우철은 자신이 원하던대로 노라와 이혼을 한 상태다. 하지만 뒤늦게 아내의 소중함을 깨달은 우철은 현석(이상윤 분)에게 다시 시작하기 위해 이혼을 한 것이라며 선전포고를 했다. 그가 남은 2회 동안 노라의 마음을 돌려세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그의 귀여운 허당 매력을 계속해서 보고 싶어 아쉬운 마음이 큰 건 확실하다.
◆ 지진희, 결국 모든 건 아내를 향한 사랑
분명 아내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륜남이 된 경우도 있다. 바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의 최진언(지진희 분)이 그 주인공이다. 진언은 과거 첫사랑이자 선배인 해강(김현주 분)을 끔찍이 사랑해 결혼까지 하게 됐다. 진언에게 해강은 바라만 봐도 행복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 이에 진언은 수시로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며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갔다.
하지만 해강이 돈과 명예를 쫓는 냉혈한으로 변해가자 진언의 순수했던 사랑도 애증으로 바뀌었다. 특히 딸 은솔이 해강 때문에 교통사고로 죽게 되자 진언은 더 이상 해강을 보며 웃을 수 없게 됐다. 그 때 연구실 후배 강설리(박한별 분)가 진언에게 사랑한다며 다가왔고, 기댈 곳 없던 진언은 이를 기회 삼아 해강과 이혼을 하게 됐다.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해강을 미워하고 싶지 않아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게 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진언은 설리와 결혼하지 않은 채 늘 한결같이 해강과 딸 은솔을 그리워했다. 진언의 사랑은 오직 이 두 사람에게만 허용됐다. 진언은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전 장모인 규남(김청 분)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독고용기라는 이름으로 기억을 잃은 상태로 살고 있는 해강의 운동화 끈을 정성껏 묶어주며 애틋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이런 진언의 진심이 전해지자,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진언이 불륜을 저지른 것은 잘못 된 일이지만, 이제라도 두 사람이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만나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 손창민, 살인·불륜 뭘 해도 당당한 역대급 악역
손창민은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 역대급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소름 돋는 악인 강만후를 연기하고 있다. 그는 친구 오민호(박상원 분)가 사랑하는 여자 신득예(전인화 분)를 빼앗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사람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득예의 아버지이자 장인인 신지상(이정길 분)을 낭떠러지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그를 죽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감추기 위해 전 아내 최마리(김희정 분)와 밀월 여행을 떠나 동침을 했다.
전 아내라고 해도 현재는 득예와 결혼을 해 살고 있기 때문에 이는 명백한 불륜이다. 게다가 이는 장모와 장인이 세상을 떠난 직후 벌어진 일이라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 득예는 뒤늦게 집에 돌아온 만후의 가방 속에서 마리의 옷을 발견했지만, 모른 척 덮었다. 하지만 이 일로 임신을 하게 된 마리는 떳떳하게 만후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됐고, 득예는 마리가 낳은 아들 찬빈을 자기 자식처럼 키우며 만후에 대한 복수심을 키워갔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수 있는 만후의 악행은 점점 더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 과연 득예가 만후에게 복수의 칼날을 제대로 겨눌 수 있을지, 주먹을 부르는 희대의 악인 만후의 최후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tvN, SBS,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