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수요미식회‘ 황교익, 19금 맛 칼럼니스트의 대부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10.15 06: 50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신동엽을 당황시켰다. 음식에 얽힌 역사와 유래는 물론 음식 한 그릇에 담긴 인간의 본능과 삼라만상을 통찰하는 황교익은 ‘수요미식회’의 전문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패널 중 한 사람.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음식에 대한 표현은 본능적이었고, 거침없었다. 20년간 음식 연구를 해온 맛 칼럼니스트계의 대부는 역시 뭔가 달라도 한참 달랐다.
지난 14일 방송된 tvN '수요미식회‘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별식 ’국수‘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MC들을 비롯한 호스트들은 면 요리를 소리를 내며 먹는 것이 예의인 일본에 대해 말했다. 황교익은 “국수를 후루룩 소리를 내서 먹는 이유는 입술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수는 입술 자극 음식”이라고 지론을 펼쳤다. 이어 그는 입에서 나온 “입술은 성감대”라는 거침없는 발언에 함께 출연한 이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갑작스런 황교익의 발언에 MC들은 당황했다. 전현무는 “오랜만에 성(性)교익 선생님이 나타나셨다”라고 말했고, 신동엽은 “빨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기도 하다”며 황교익의 얘기를 방송용으로 포장하려 애썼다.

이에 상관없이 황교익의 얘기는 계속됐다. 그는 국수에 대해 “금욕을 깨는 의미가 있는 음식”이라고 전하며 “일본에서 스님들이 수행을 하다가 마지막 날 소리를 후루룩 내서 국수를 먹는 것도 금욕을 끝내고 해방의 느낌으로 국수를 먹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신동헌 기자는 “밤만 되면 국수가 당기는 게 그래서 그런 거구나”라며 너스레를 떨었고, 신동엽 역시 “우리 국수나 먹으러 가자”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국수에 대한 솔직하면서도 대담한 황교익의 발언은 계속됐다.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며 해풍으로 국수를 자연 건조하는 한 국수공장의 얘기를 하며 개그우먼 김효진은 40년이 넘게 해풍 국수를 만들어 온 할머니에게 그 비법을 물었다고 전했다. 이에 돌아온 할머니의 대답은 “초리하이 매끄리하이 그래 하면 돼”라는 마치 처음 듣는 외국어처럼 뜻을 알 수 없는 말이었고, 이에 모두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황교익은 “초리하고 매끄리하다는 말이 굉장히 섹시한 말이기도 하다”라고 말해 또 한 번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국수 면을 손으로 쥐었을 때 탄력이 있고 매끈하고 날씬한 것을 ‘초리하다’고 이야기하는데 매끄리하다는 것이 요즘 말로 하면 매끈하고 섹시한 면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고, 가수 이현우 역시 “면이 섹시하다”는 것에 동의하며 “목 넘김이 다른 국수보다 부드럽고 좋았다”고 말을 보태 눈길을 끌었다.
먹방, 쿡방의 홍수 속에서 맛집 줄 세우기와 단순한 먹방이 아닌 화려한 입담만으로 침샘을 자극하는 ‘수요미식회’는 그래서 더욱 맛과 음식에 민감한 전문가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민감하게 다가온다. 단순히 ‘맛있다, 맛없다’라는 표현에서 벗어나 음식의 원재료에 대한 근원, 생산 과정 등을 하나하나 관찰하고 설명하는 황교익의 존재로 우리는 조금씩 음식을 대하는 감각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때론 과감하면서도 거침없고, 때론 세심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맛에 대해 이야기하는 황교익. 넘쳐나는 맛집 프로그램 속에서도 ‘수요미식회’가 ‘진짜 음식프로그램’이라는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그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편 ‘수요미식회’는 이름난 식당에 숨어있는 음식의 역사와 유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이야기하는 토크쇼다. 매주 수요일 오후 9시 40분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수요미식회’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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