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이 많은 방송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MBC가 가을마다 수난을 겪고 있다. 어찌 보면 인기 많은 것도 참 고달픈데, 그렇다고 화끈하게 매번 결방을 결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야구 경기 결과에 따라 긴급하게 결방을 결정하니 매번 시청자들의 원성 폭탄을 받고 있다.
MBC가 지난 14일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방송을 내보내지 않으면서 시청자들의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매년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 중계 방송이 시작되면 벌어지는 일이다. 보통 방송사는 야구 경기 시간을 3시간 30분가량으로 잡고 정규 프로그램들을 사전에 결방한다. 예상한 경기 시간에 따라 사전에 결방을 할 수밖에 없는 시간대는 이미 결방을 예고한 까닭에 문제가 되지 않는데, 프로야구 평균 경기 시간을 넘겼을 때가 문제다.
시청자로서는 MBC가 인기 드라마와 예능 편성을 볼모로 두고 야구 중계 시청률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 것. 왜 사전에 결방을 미리 알리지 않아 드라마 방영을 기다리게 만들었느냐가 안방극장의 분노 이유다.
방송사는 참 억울한 게 많다. 일단 경기가 길어지면 정규 프로그램의 지연 방송 혹은 정상 방송을 예고한 상태라, 그때부터는 긴급 결방을 하느냐 추가 지연 방송을 하느냐를 두고 고민을 해야 하는 것. ‘그녀는 예뻤다’가 해당 경우다. MBC는 지연 방송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4차전에서 진땀 승부를 벌인 까닭에 경기 시간이 길어졌고 결국 많은 시청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결방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화끈하게 결방을 결정하고 싶지만 편성 전략과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녀는 예뻤다’는 현재 평일 드라마 최대 화제성을 자랑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는 드라마. 드라마가 재미와 함께 공감을 잡고 있어 중독성이 강하고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야구 중계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팬들에게는 MBC의 이 같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 현재 시청자들은 온라인 게시판과 전화를 통해 항의를 하고 있다. 더욱이 15일 방송이 2회 연속이 아닌 정상적인 1회 방송으로 공지가 되면서 아쉬움이 더 커지고 있다.
결국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으면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스포츠 중계 방송을 하는 방송사로서 경기 중간에 정규 프로그램을 이유로 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다만 MBC는 워낙 팬덤이 강한 프로그램이 많은 까닭에 가을 야구 시기마다 어쩔 수 없는 ‘욕받이’가 되고 있다. 지난 토요일의 경우 '우리 결혼했어요'의 결방이 결정되면서 원성을 샀다. 다행히 더 큰 팬덤이 있는 '무한도전'은 정상적으로 방송돼 비난 폭탄이 크지 않았다. 토요일에 야구 편성을 했다가는 ‘우리 결혼했어요’를 필두로 ‘무한도전’ 시청자들이 서슬 퍼렇게 지켜보고 있고, 평일엔 ‘그녀는 예뻤다’ 시청자들이 팔짱을 끼고 있으니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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