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하는 박명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라디오쇼’에 출연한 래퍼 도끼가 특유의 솔직함과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독설가’ 박명수를 압도했다. 그의 거침없는 답변에 박명수는 할 말을 잃기도 하고,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민감한 질문을 던져 출연자의 재미있는 반응을 이끌어 내는 전매특허 토크가 통하지 않자 많이 당황한 모양. 베테랑 진행자에게도 기를 뺏기지 않는 스웨그가 인상적이다.
그의 말과 태도 자체가 힙합이었다. 솔직하고 거침이 없었고, 자신이 있었다. 도끼는 15일 오전 방송된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이하 ‘라디오쇼’)에 출연해 박명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박명수는 방송을 통해 수차례 도끼를 언급해온 바.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일단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직업의 섬세한 세계’ 코너에 초대된 도끼는 래퍼라는 직업에 대해 확실하게 보여줬다. 박명수는 그의 등장에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만 봤는데 클 줄 알았는데 작다”고 은근한 디스로 인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도끼는 “원래 작다”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또한 “교포 출신이느냐”는 질문에 “혼혈이다”라고 바로 답하기도.
도끼는 시작부터 끝까지 솔직했다. 자신의 수입을 대놓고 공개하고, 지하 주차장에 고가의 차 4대를 세워두고 기분과 장소에 따라 바꿔 탄다는 말을 솔직하게 할 수 있는 이가 도끼 말고 또 있을까. 여자친구의 유뮤를 묻는 조심스러운 질문에도 “워낙 자유분방해 여자친구들이 많다”고 말할 수 있는 연예인은 도끼가 유일할 것 같다. 한국 래퍼 중에서 자신이 톱이라며 “다른 래퍼들도 인정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도 인상적이다.
이 같은 발언과 태도들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기에 도끼가 빛나는 것일 테다. 그의 말처럼 그는 모든 래퍼들의 리스펙트를 받는 실력파. 힙합을 사랑하며 힙합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하다. 당당하게 번 돈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당당하게 소비하고 있기에 누구도 그를 비난할 수 없을 것. 도끼는 “차에 쓰는 돈은 수입의 20~30%다. 그 만큼 좋아한다. 나머지는 저축한다. 돈 쓸 일이 많이 없다. 술 담배 커피 거의 안 한다”고 밝힌 바다.
힘들었던 과거와 힙합을 시작한 그의 사연도 그의 삶의 태도에 타당성을 더했다. 박명수는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힙합을 좋아한 건 7살 때부터다. 삼촌이 미군이어서 미군 부대가서 CD를 사고 그러면 모두 힙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렸을 때 부모님이 부산 달맞이 고개에서 레스토랑을 하다가 망했다. 스테이크 가게였는데 광우병 때문에 하루에 손님이 한명 정도 왔다. 집안을 살려야겠다 싶어서 가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도끼는 래퍼 지망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조급해하지 말라. 누구나 각자의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열심히 준비하며 자기의 시간을 기다려라.”/joonaman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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