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TV에서 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가수 솔비가 MBC ‘무한도전’에서 오랜만에 대중에 얼굴을 비췄다. ‘뇌순녀’(뇌가 순수한 여자)로 섭외된 그는 역시나 등장과 동시에 웃음을 빵빵 터뜨리며 죽지 않은 특유의 예능감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반가움 때문일까. 대중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솔비는 그간 뭘 하면 지낸 걸까. 그의 근황과 ‘무도’에 ‘뇌순녀’로 섭외된 사연이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 솔비가 방송을 뒤로하고 보낸 시간들이 꽤나 흥미롭다.
솔비는 ‘뇌순녀’가 맞다. 하지만 오해는 금물. 속이 비었다거나 ‘푼수’라는 말이 아니다. 순수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쫓고 그 길을 오롯이 걷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고 있다는 면에서 그는 확실히 ‘뇌순녀’다.
이는 그간 솔비의 행보와 그가 이룬 것들을 살펴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솔비는 소위 말하는 잘나가던 시절, 돌연 활동 방향을 전환하더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권지안’이라는 이름으로 인디 감성이 진하게 풍기는 음반을 대중에 선보였고 최근에는 피터팬콤플렉스의 김경인과 비비스(VIVIS)를 결성해 자신들의 색깔을 강하게 칠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양한 공익활동에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쏟고 있는 중.
당연히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큰 결심이었을 테다. 이미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던 메이저를 떠나 인디신의 언저리로 터전을 옮긴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이자 도전. 자신만의 개념으로 꾸준히 그림을 그리며 쉴 틈 없이 작업에 매진해오고 있지만 미술계의 단단한 문을 열기도 사실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두드렸고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문은 조금씩 열려가고 있다. 그리고 문틈 사이로 선명하게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음악으로도 미술로도 천천히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
물론 그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스스로도 급하게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 그간 쌓아온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진득하게 새로운 음악 작업에 몰두하고, 갤러리가 아닌 병원과 학교 등의 장소에서 미술전시회를 개최하며 업계를 배려하는 조심스럽고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잠깐의 외도가 아니었다는 것은 짧지 않은 기간 꾸준히 음악과 미술에 몰두하면서 증명한 셈이다. 미술 작업을 통해 시작한 기부로 2014년 사회공헌대상과 재능기부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쯤 되면 솔비를 진짜 ‘뇌순녀’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어떤 이익과 인지도를 올리려는 노력과는 독립적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에 몰두하고 정진한다는 것. 그 뚝심과 밝고 해맑은 긍정의 에너지가 ‘무한도전’ 제작진에게도 매력적으로 어필 된 것으로 보인다.
솔비의 ‘무한도전’은 계속 된다./joonamana@osen.co.kr
[사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