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배틀’에서 볼거리는 단연 가사다. 아무리 하드웨어가 좋아도 상대에 맞는 가사를 얼마나 핵심적으로 집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16일 방송된 Mnet ‘언프리티랩스타2’에서는 파이널 디스배틀이 펼쳐졌다. 트루디와 예지, 유빈과 키디비가 각각 도끼의 6번 트랙과 더콰이엇의 7번 트랙을 두고 대결했다.
랩을 하는 데 있어서 가사는 늘 중요하다. 특히 디스배틀은 상대의 치명적인 약점을 찾아내 끄집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렵다. 인터뷰에 나서듯 상대에 대한 모든 것들을 알아내야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Mnet ‘쇼미더머니4’에서 번복사태가 발생한 까닭도 이 때문이었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디스배틀의 대상을 바꿨으니 지금까지 준비한 것들은 모두 무효가 된 것. 제작진도 미션을 이끌기에 무리함을 깨닫고 경연을 며칠 미뤘던 역대급 사건이다.
‘언프리티랩스타2’처럼 기존에 개인적인 앙금이 없는 사이인 경우 래퍼들은 더욱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무작위로 선정된 상대에 대해 거침없는 돌직구들을 날려야 했다. 앞서 ‘언프리티랩스타1’에서 타이미와 졸리브이의 디스전에 아직도 회자되는 까닭은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앙금이 있던 상태였기 때문. 사실상 이번 시즌2에서 이들을 뛰어넘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까 우려가 됐다. 그러나 유빈은 키디비와의 디스배틀에서 재치 있는 가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유빈은 키디비를 향해 “오늘은 축제 이건 돼지 잡는 레시피” 등의 랩을 했다. 이에 키디비 역시 “돼지.. 돼지가 랩 들어간다”며 당황해했다. 동료 래퍼인 헤이즈도 “가사가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고, MC 산이 역시 “유빈이 가사 봐봐”라며 놀라워했다. 직접 심사를 한 더콰이엇은 "몇몇 가사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런 것들이 좀 먹히면서 상황이 역전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방송이라는 특성상 욕설과 특정상품명이 들어가서는 안 되기 때문에 ‘삐’ 처리된 원래 가사에도 궁금증이 쏠렸다.
유빈은 지금까지 디스배틀에서 결정적인 순간 가사를 실수하면서 약한 모습을 보여 왔던 것이 사실. 이날 키디비와 디스배틀에 앞서 동료래퍼들마저 키디비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효린과의 디스배틀에서도 가사는 인상적이었다. 이번 미션에서는 두 번 실수란 없었다. 유빈은 살아났고 결국 7번 트랙의 주인공이 됐다. 이쯤 되면 유빈의 다음 디스배틀이 기다려진다. / besodam@osen.co.kr
[사진] '언프리티랩스타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