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의 예능은 시골길에서 ‘쭈쭈바’를 먹는 톱스타의 만족스러운 미소에 시선을 돌리는 그 장면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빵빵 터지는 웃음보다는 스타들의 소탈한 인간미를 자연스럽게 조명하는 것, 나 PD의 예능이 사랑을 받는 이유다.
나 PD가 수장으로 있는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2’가 예상대로 큰 관심 속에 방송되고 있다.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이 만재도에서 하루 세끼를 먹는 모습만 줄기차게 방송하는 것. 이미 종영한 ‘삼시세끼 정선편’이 이서진과 옥택연, 김광규의 시골 생활을 담은 것과 별 차이가 없다.
허나 어촌편과 정선편 모두 훈훈한 즐거움이 있었던 이유는 그 속에 묻어나는 진한 인간미 때문이다. 밥을 먹기 위해 재료를 마련하려고 산과 바다에서 분투하고, 소박한 상차림이지만 정성을 다해 준비하는 스타들의 모습. 그 속에서 우리는 소소한 일상이 주는 따뜻하고 정겨운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의 삼시세끼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고, 나도 저곳에서 함께 생활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기도 한다.
다른 리얼 예능프로그램이 제작진이 제시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인위적인 장치가 있다면, 나 PD의 예능은 이 같은 장치가 최소화 돼 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연출 당시에 있었던 복불복 장치는 여행 시리즈인 ‘꽃보다’부터 사라졌고, 다만 최소한의 경비를 운용하는 스타들의 지혜와 제작진과의 입씨름에 주목했다. 여행 속 경이로운 풍광보다는 스타들의 감흥과 행동에서 진솔한 매력을 발굴하는 것, 나 PD의 예능의 특색이다.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형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거짓말에 당하기 일쑤인 박형식, 그런 동생을 보며 “왜 이렇게 착해?”라고 오히려 당황하는 차승원의 장난이 흐뭇한 것은 스타들의 화려한 면모가 아닌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기 때문일 터다. 겨울 내내 낚시에 실패하고, 심지어 초보인 박형식보다 늦게 물고기를 잡는 것에 민망하고 허탈한 표정을 짓는 유해진이 이내 장소를 옮긴 후 많은 물고기에 세상을 가진 듯 웃는 모습.
이 프로그램을 줄곧 본 시청자들이라면 유해진의 희로애락이 충분히 이해되고 동질감을 느꼈을 터다. 이 같은 소탈하고 진솔한 인간미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만들고 정밀하게 편집을 하는 기술은 나 PD 예능에 출연하는 스타들이 한결 같이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얻는 이유가 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내가 꿈꾸는 도시를 벗어난 여유로운 일상, 나와 같이 작은 것에 웃음을 터뜨리는 소박한 일상을 나 PD는 예능프로그램에 담고 있다. 이 같은 인간미 가득한 나 PD의 예능은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도, 더 이상 새로운 게 없는 예능이라고 해도 자꾸 보게 만드는 강한 중독성이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