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리들리 스콧 감독)의 성공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비슷한 장르의 영화로 비슷한 시기 '그래비티'(알폰소 쿠아론 감독), '인터스텔라'(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가 역대급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스텔라'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파급력을 보여줬다.
'마션'은 화성인을 뜻하는 단어로, 영화에서는 미국 나사(NASA)의 대원으로 우연한 사고로 홀로 화성에 남아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가 된 주인공 마크 와트니를 가리킨다. 마크 와트니는 '마션'으로 구출되기 위해 자신의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삭막한 화성에서 나홀로 살아남기에 도전한다.
이 영화는 개봉을 하기도 전에 입소문을 타며 흥행이 예고됐다. 일단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라는 점에서 지지난해와 지난해 관객들에게 큰 만족을 줬던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등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국내 관객들에게 인지도가 있는 거장 리들리 스콧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도 '믿고 보는' 영화로 일찍이 점찍을 수 있는 이유였다.
무엇보다 많은 관객들이 '마션'을 개봉 전부터 보고 싶은 영화로 꼽은 이유는 이 영화가 간접 체험을 하게 해주는 '체험형' SF 영화이기 때문이다.
보통 관객들은 '영화관에서 볼' 영화와 '영화관에서 보지 않아도 될' 영화를 구분짓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는 이 '영화관에서 볼' 영화가 '단순히 티켓값을 지불하고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들에 해당됐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영화관에서 봐야 맛이 나는' 영화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만큼 CG의 구현기술, 더욱 더 현실감 있게 보도록 만들어 주는 영사기술 및 화면기술(IMAX, 4DX등)의 발전이 영화의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
막상 뚜껑을 열어 본 '마션'은 앞선 두 영화와는 또 다른,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세계관이 돋보이는 수작이었고, 이 부분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화성을 경험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이 적지 않으며, 이 역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마션'은 화성이라는 배경을 실제 화성과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알려졌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아시달리아 평원'부터 '아레스 발리스 계곡' 등은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된 화성의 실제 지형을 참고해 촬영에 임했다는 전언. 물론 영화는 화성을 보여주는 것보다 홀로 남게 된 마크 와트니의 고독하고 지난한 일상들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지만, 화성에서 과학적 지식을 이용해 물을 만들고 감자 농사를 짓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게 지루하지만은 않다.
그만큼 '마션'의 초반 흥행몰이는 체험형 SF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기대를 제대로 보여준다. 물론 '마션'이 화성만을 보여주는 영화였다면, 지금과 같은 뒷심을 발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비티'는 생사의 기로에 놓인 한 과학자의 고독을, '인터스텔라'는 시공간을 초월한 부성애를 그리며 내용적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마션' 역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희망을 버리지 않는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 결국 이 영화의 흥행 요인은 체험과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마션'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