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는 이제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는 캐릭터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스누피는 태어난지 65주년이 지났고 원작자인 찰스 슐츠가 세상을 떠난지 15주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탄생한지 65년이 된 스누피를 3D 영화로 재탄생시킨 스티브 마티노 감독은 원작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기존의 팬들과 새로운 팬들을 위한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러기까지 마티노 감독에겐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CGV에서 취재진과 만난 마티노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생각했던 점들과 어려웠던 점들을 전하며 '스누피:더 피너츠 무비' 탄생기를 들려줬다.
마티노 감독에게 가장 어려운 지점은 원작 만화를 영화로 바꾸는데 있어서 오랜 팬들과 새로운 팬들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원작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왜곡시키거나 변형하지 않으면서 2015년을 사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만들어야 했던 것.
"이미 잘 만들어진 캐릭터들을 잘 아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에게 소개해야하는 것이 저와 팀원들이 해결해야하는 과제였죠. 이를 위해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찰스 슐츠의 만화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원작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살리면서 원작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스티브 마티노 감독은 애니메이션에서 기술의 발전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 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때문에 ‘스누피:더 피너츠 무비’를 만들면서 2D였던 원작만화를 3D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마티노 감독이 가장 힘을 줬던건 새로운 이야기였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해서 영화를 만든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기술이라고 해도 똑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하면 질릴 수밖에 없죠. 스누피라는 유명한 원작이 있어도 기존에 방송됐던 TV시리즈나 원작 만화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번 ‘스누피:더 피너츠 무비’에서 원작 만화의 질감을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3D 기술을 개발해서 사용했습니다. 기존의 3D 애니메이션들과 확실히 다른 스타일을 가진 영화입니다.”
스티브 마티노 감독의 완성된 영화에 대한 자신감은 대단했다. 지난 3년간 스누피를 연구하고 더 나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 시간들에 대한 자신감으로 보였다. 그런 자신감에 함께 일한 팀원들에 대한 믿음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3년 전에 작품을 처음 시작할 때보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더욱 큰 자신감이 생겼어요. 앞선 프레젠테이션에서 말씀드렸듯이 함께한 팀원들의 뛰어난 실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자신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죠."
인터뷰를 마치며, 마티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성공보다는 좋은 성품을 가지는게 더 좋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마티노 감독은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막내 딸의 이야기를 하면서 눈에 보이는 성공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대학 진학을 앞둔 딸이 성적에 얽매이고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죠. 그런데 어느날 딸과 대화를 나누면서 어린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지냈던 추억이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성공보다 어떤 관계를 가진 사람과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가 행복의 비결이라고 생각했죠. 그 깨달음을 이번 영화의 주인공인 찰리 브라운의 성격을 통해 표현해봤습니다. 한국 팬들이 그런것들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편 '스누피:더 피너츠 무비'는 수줍음 많고 매사에 용기 없는 소년 찰리브라운이 스누피와 함께 첫 사랑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오는 12월 개봉예정./pps2014@osen.co.kr
[사진] 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