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붐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었던 엠넷 '쇼미더머니'에서 여성 래퍼는 종종 남성 래퍼들의 활약 뒤에 가려져 있던 존재였다. 시즌3에 와서야 졸리브이, 타이미 등의 신경전이 부각되고 여고생 래퍼 육지담이 인기를 얻는 등 여성 래퍼들의 존재감이 드러났지만, 여전히 이들의 랩배틀은 본경기와는 조금 동떨어진 번외 경기 정도로만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그랬던 여성 래퍼들의 매력이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계기는 역시나 '언프리티 랩스타'의 출현이다. '언프리티 랩스타'는 남성 래퍼들에 비해 단순히 '실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졌던 여성 래퍼들의 개성과 실력을 한껏 보여준 프로그램이었다.
제시, 치타 등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진은 남성 래퍼들 못지 않게 자신만의 강한 '스웨그'와 실력을 보여줬고, 진정한 '랩스타'로 거듭났다. 그 사이 음지에 있던 실력자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재능있는 '래퍼 새싹'들이 자라났다. 이 같은 배경에서 포문을 연 '언프리티 랩스타2'는 전편보다 훨씬 고른 실력을 가진 실력자들이 등장해 각자의 매력으로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16일 방송된 6화는 여성 래퍼들의 양성소로써 '언프리티 랩스타2'가 품은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였다. 지난주 서로를 향해 독한 '디스'들을 쏟아내며 살벌한 '디스전'을 펼쳤던 래퍼들은 이번에는 성(性) 대결이라는 관문 앞에 긴장해야했다. '쇼미더머니'에 출연했던 남성 래퍼들과 경쟁을 벌여야 했던 것.
어쩌면 '쇼미더머니' 시리즈 초반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도 있는 위기의 상황. 여전히 남성 래퍼들의 실력이 안정적이었지만, '언프리티 랩스타2'에서는 그들에 뒤지지 않는 여성 래퍼들이 있었다. 인기에서나 실력에서나 부족함이 없었던 트루디나 예지가 그 예. 아직 22인의 순위가 발표되지 않아 그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이들이 보여준 무대는 그야말로 '언프리티 랩스타'가 키워낸 여성 래퍼들의 진가를 입증해 보이는 순간들이었다.
이와 관련해 제작진은 앞서 "일반적으로 여자래퍼들이 남자래퍼보다 실력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이 지배적인데 실제 남녀 래퍼가 맞붙는 대결이 제대로 펼쳐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언프리티 랩스타2'를 통해 남녀 래퍼들의 대결이 벌어지면 어떨지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이번 대결의 의미를 밝힌 바 있다.
또 "'언프리티 랩스타2'에 출연하는 여자 래퍼끼리만 대결해 순위를 정하는 우물 안 대결보다는 전체 힙합 신에서 이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 남자래퍼들과의 순위 비교를 통해 가늠해 보고자 했다"며 "그 동안 난이도 높은 여러 미션들을 거치며 여자 래퍼들의 실력이 프로그램 초반보다 훨씬 성장했기 때문에 이번 남자 래퍼들과의 대결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고 충분히 경쟁해 볼만했다. 여자래퍼들의 당당한 매력과 한층 성장한 랩 실력, 무대 퍼포먼스를 기대해달라"고 여성 래퍼들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언프리티 랩스타2'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힙합이라는 분야에서 취약한 쪽을 적극적으로 도와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록, 엠넷이 만드는 힙합 프로그램들이 '악마의 편집'이나 무리나 기획 등으로 욕을 먹을 때도 있지만, 한국 힙합신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ujene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