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개봉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흥행 성공은 빙봉을 보면서 눈물 흘린 어른과 아이들 덕분이었다. 이렇듯 세대를 아우르는 힘을 가진 애니메이션을 할리우드에서 만드는 한국인들이 있다. 그런 한국인들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성지연 애니메이터가 '스누피:더 피너츠 무비'를 들고 한국에 왔다.
지난 16일, 여의도 CGV에서 취재진과 만난 성지연 애니메이터는 생각보다 깊었던 스누피와의 인연을 밝혔다. 학창시절에 스누피를 닮은 외모때문에 해 ‘성누피’라는 별명이 있었다. 스누피를 좋아해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때도 스누피가 그려진 물건들을 싸가지고 갈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런 그가 스누피를 영화로 만드는 일을 맡았을 때 감회는 남달랐다.
“회사에서 스누피를 차기작으로 한다는 발표가 낫을 때 혼자 마음속으로 소리 질렀죠. 그러나 막상 스누피를 다루려고 보니 회사에서도 그렇고 주위 사람들도 기대치가 정말 큰 작품이어서 부담감이 컸습니다. 스누피를 가지고 작업한다는 게 뿌듯하기도 했지만 책임감이 워낙 커져서 마음이 무거워졌죠.”
성지연은 ‘스누피:더 피너츠 무비’에 50-60명이나 되는 조명 감독들을 총괄하는 라이팅 슈퍼바이저로 참여했다. 실사 영화와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도 조명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어둡고 밝은 부분을 제대로 조율하지 않으면 어색한 느낌을 준다. 특히 스누피는 움직임이 많지 않고 선이 단순하기 때문에 사소한 실수도 용납이 되지 않는 어려운 작품이었다.
“보통 애니메이션에서 조명은 실사 영화와 똑같이 이야기의 진행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자연스럽게 비춰지도록 작업을 합니다. 감독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 장면에서는 그에 맞게 조명이 들어가죠. 조명은 아무리 작업이 잘돼도 칭찬받지 못하지만 조금만 실수를 해도 바로 이상하다고 지적받아서 힘든 면이 있죠. 특히 스누피에서는 캐릭터들이 단순하기 때문에 명암처리가 조금만 달라져도 금방 눈에 띄어서 더 오래 작업을 했습니다.”
이렇게 힘든 일임에도 성지연 애니메이터는 2003년에 블루 스카이에 입사한 이후로 줄곧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현재 성지연은 할리우드에서 한국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터로 자리 잡았다. 그를 사로잡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처음부터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건 아니었죠. 애니메이션을 다루다보니 애니메이션은 애들도 볼 수 있고 어른도 보는 장르인걸 알았습니다. 거기에 더해 애니메이션을 봤던 아이들은 자라서 어른이 되고 새로운 아이들이 애니메이션을 보기 때문에 다른 실사 영화들보다 유행을 타지 않고 보편성이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아이와 어른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기본적인 감정을 가장 잘 다루는 매체가 애니메이션입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기에 애니메이션의 힘은 정말 강력합니다.”/pps2014@osen.co.kr
[사진] 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