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내딸금사월’, 점찍기는 약했지? 이번엔 가발이야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10.18 06: 55

얼굴에 점 하나 찍었다고 아내였던 여자를 못 알아본 것은 너무 심했다고 생각했나보다. ‘막장 대모’ 김순옥 작가가 이번엔 전인화에게 가발을 씌웠고, 20대 건축사가 꿈인 멀쩡한 정신세계를 가진 백진희는 가발과 휠체어로 인해 전인화의 변신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전혀 다른 인물로 받아들였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 13회는 금사월(백진희 분)이 건축사가 되기 위해 꼭 만나야 하는 세계적인 건축사 마봉녀(전인화 분)를 만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마봉녀는 사월의 친 어머니인 신득예(전인화 분)였다. 물론 봉녀가 실제로 득예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거짓말일 가능성도 높다.
득예는 사월에게 자신이 친 어머니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는 상태. 이 가운데 득예는 사월이와 함께 남편 강만후(손창민 분)에게 복수하기 위한 첫 번째 계략으로 건축사 마봉녀로 변신했다. 화려한 가발을 썼고, 휠체어를 타며 하반신 마비 연기를 했다.

신기한 노릇은 득예를 알고 지내는 사월이가 마봉녀와 득예를 동일인물로 여기지 않았다는 것. 잠시 신기해 했지만 이내 마봉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건축 공부를 하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득예는 가발과 휠체어로 손쉽게 봉녀로 변신했다. 사월이는 봉녀가 득예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실소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김순옥 작가는 자신의 최고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내의 유혹’에서 장서희가 점을 찍어 새로운 인물로 탄생하게 만들었다. 점 하나 찍었다고 남편도 못 알아보는 이야기였는데, 가발과 휠체어면 변신에 있어서 정성을 보인 것이라고 할 수는 있다.
다만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며 복수를 한다는 설정은 ‘아내의 유혹’과 비슷해 김순옥 작가의 단골 이야기 장치로 여겨지는 중이다. 왜 득예가 사월이에게 정체를 속이며 다시 접근했는지 이유는 알 수 없는 상태. 설득력 있는 복수가 펼쳐져야 ‘막장 전개’지만 그래도 재밌는 이야기라는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는 출범 이래 김순옥 작가의 ‘왔다 장보리’와 비슷한 전개를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급기야 ‘아내의 유혹’ 장치까지 나오며 드라마 속 진부한 붕어빵 설정을 찾는 이상한 재미를 안기고 있다.
한편 이날 오혜상(박세영 분)의 악행도 이어졌다. 혜상은 사월이에게 청년 건축 모임에 함께 하되 성과가 없으면 건축사의 꿈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 혜상은 사월이의 재능을 질투하고 있다. 거짓말로 사월이의 친아버지인 오민호(박상원 분)를 빼앗은 혜상은 사월이를 멀리 두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는 상태. 민호의 아내인 한지혜(도지원 분)가 혜상의 석연치 않은 점을 눈치채고 있지만 이 정도로 모략을 꾸미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상태다.
혜상은 폭주하고 있고, 사월이는 번번이 당하면서도 혜상을 원망조차 하지 않는 착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혜상과 사월이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까닭에 사월이는 이 세상 가장 선한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혜상이의 본모습을 알고 조심하면서 당해도 답답할 노릇인데, 혜상이에게 매번 당하기만 하니 시청자들의 울분이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다.
사월이가 순진하게 당하고 있는 사이 득예는 차근차근 복수를 준비하고 있다. 만후의 잘못을 모두 알고 사월이가 친 딸이라는 것을 알면서 힘을 키우기 위해 물밑에서 계략을 세우고 있다. 두뇌회전이 빨라 만후의 덫을 이리저리 피하는 득예의 복수 과정이 그나마 이 드라마의 숨통을 트게 하는 요소다.
‘내딸 금사월’의 재미가 더해지려면 하루 빨리 사월이와 득예가 힘을 합치고, 사월이가 혜상이에게 당하기만 하는 답답한 이야기에서 벗어나야 할 터다. 선과 악의 팽팽한 충돌이 필요한 것. 악역들이 날뛰고 있는 와중에 힘 없이 당하기만 하는 선한 인물의 모습은 참 지켜보기 쉽지 않다. / jmpyo@osen.co.kr
[사진] ‘내딸 금사월’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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