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23년차의 내공도, 국민 예능 ‘무한도전’의 위력도 소용이 없는 곳이 바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었다. 개그맨 박명수가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 출연해 충격적인 꼴찌를 했다. 일단 ‘무한도전’ 멤버이자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는 개그맨인데 재밌는 이야기로 무장해야 하는 ‘마리텔’에서는 다 소용이 없었다.
박명수는 지난 17일 방송된 ‘마리텔’에서 자신의 장기인 디제잉 방송을 하겠다고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명수는 신나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쉴 새 없이 쏟아냈지만, 네티즌은 시큰둥했다. 재미 없다는 의미로 ‘노잼’ 댓글이 쏟아졌고, 박명수는 글을 읽을 때마다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박명수는 “의외로 노잼이 많다. 쉽게 볼 게 아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또한 재미 없다는 네티즌의 지적에 “다른 프로그램보다 10배 힘들다. 이걸 어떻게 고정 출연을 하느냐”라고 당황했다.
박명수는 전반전 종료까지 30분이 남았다는 말에 “30분 남았다고요? 장난이죠?”라고 되물었다. 그는 “힘들다”, “이래서 PD가 안 불렀구나”라고 개인 인터넷 방송이 쉽지 않음을 피력했다. 결국 박명수는 이날 전반전 꼴찌를 했다. 박명수라는 개그맨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였다.
박명수는 1993년 MBC 4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후 ‘무한도전’을 통해 톱 개그맨으로 올라섰다. 이 프로그램 자체가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주목을 받는다. 허나 ‘마리텔’은 통하지 않았다. ‘무한도전’의 강력한 팬덤도, 23년차 개그맨의 말장난도 네티즌을 사로잡진 못했다.
‘마리텔’은 스타들의 개인 방송으로 자신의 이야기나 장기를 보여주면서 시선을 끌고 소통하는 과정을 담는다. 팬이 많은 아이돌 그룹 멤버가 출연한다고 해서 1등을 한다는 보장도 없고, 지명도가 낮다고 해서 인기를 끌지 못 하리라는 편견도 없다. 일단 방송이 재밌으면 네티즌이 몰린다. 방송 자체가 성질 급한 네티즌을 잡아둘 수 있어야 하고 방송을 이끌어가는 스타들이 즐겁게 소통을 해야 한다.
박명수가 ‘마리텔’에서 재미 없다는 ‘노잼 폭탄’을 받은 것은 그의 디제잉이 야외 공연으로 지켜보면 흥이 넘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는 즐거움이 전달되기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가 네티즌의 독설에 당황해서 말도 안 되는 개그를 펼치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더 큰 흥밋거리가 됐다. 박명수는 심지어 남는 시간을 때우겠다고 많은 양의 물까지 벌컥벌컥 마시는 짠한 모습으로 그나마 재밌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무한도전’에서 독설을 뿜어대듯이 네티즌과 티격태격 싸웠다면 오히려 더 큰 즐거움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될 정도였다. 박명수가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진 못했지만 평소와 달리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예상 외 관전 지점이 있었다.
아무래도 디제잉과 함께 개그맨 특유의 입담과 박명수의 ‘트레이드 마크’인 독설이 쏟아졌다면 꼴찌까지 하지 않았을 터. 그야말로 ‘마리텔’은 박명수라는 예능 전문가도 한숨을 쉬고 당황할 정도로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묘미가 있다. 이날 1위를 한 오세득과 최현석이 요리보다는 티격태격 입씨름이 큰 웃음을 선사할 것이라고 누가 예측을 했겠느냐 말이다. / jmpyo@osen.co.kr
[사진] ‘마리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