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동안 한국 영화는 이경영이 나오는 영화와 나오지 않는 영화로 구분됐다. ‘디데이’에 출연하는 이경영을 보면 왜 많은 감독들이 이경영을 자신의 영화에 출연시키고 싶어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이경영은 권력과 출세를 위해 끝없이 타락하는 모습으로 극의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디데이’ 10회에서는 정똘미(정소민 분)가 부산으로 떠난 뒤에 이해성(김영광 분)만 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 남은 모습이 그려졌다. 서울에 남은 이해성은 유조차와 의약품을 가지고 미래병원에 도착해 병원 폐쇄를 막았다. 이에 분노한 박건(이경영 분) 병원장은 이해성을 병원에서 해고했다.
이경영은 악역으로서 본색을 드러냈다. 이경영이 연기하는 박건은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극악무도한 캐릭터. 이 날도 김영광을 쫓아내기 위해 식물인간으로 미래병원에 입원해있는 김영광의 어머니를 볼모로 협박했다. 어머니만은 병원에 머물게 해달라는 김영광의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이경영은 병원장이면서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들면서 보는 이들을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심지어 이경영은 딸에게도 냉정한 아버지였다. 김영광을 해고하는 것을 반대하는 딸 윤주희에게도 “얼마든지 너를 버릴 수 있다”며 “협박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빌었다면 더 가능성이 높았다”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병원장으로서 윤리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의리도 저버린 인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김영광의 어머니를 가지고 김영광을 협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경영은 쉴새없이 작품에 출연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배우가 많은 작품에 등장하면 대중은 쉽게 질려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경영은 올 여름에 개봉한 ‘암살’, ‘치외법권’, ‘협녀:칼의기억’에 연속해서 등장 한 것도 모자라 드라마인 ‘디데이’에도 출연했지만 이경영을 지겹다고 말하는 평을 보기는 어렵다.
유독 이경영의 다작에 대중이 관대한 것은 그가 뛰어난 연기력으로 작품에 잘 녹아들기 때문. 똑같이 출세하고자 하는 악역이지만 ‘암살’에서 강인국과 ‘디데이’에서 박건은 확실히 다르다.
‘디데이’에서도 야망으로 똘똘 뭉친 병원장인 박건을 연기하면서 등장하는 장면마다 소름끼치는 대사를 연발하며 김영광에 대적하는 역할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pps2014@osen.co.kr
[사진] '디데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