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자신이 알고 보니 ‘귀요미’였다니. 이런 반전 매력을 왜 숨겨두고 있었는지 묻고 싶을 지경이다. ‘히든싱어4’에서 밴드 버즈의 보컬 민경훈은 최초로 3라운드에서 탈락한 원조가수가 됐지만 그보다 강렬하게 매력 어필을 하고 돌아갔다.
지난 17일 방송된 JTBC ‘히든싱어4’에는 민경훈이 세 번째 원조가수로 나서 부동산 민경훈 박현수, 시골 의사 민경훈 권준연, 동아대 민경훈 백성진, 코인 노래방 민경훈 최승호, 물리치료사 민경훈 박경원 등 모창능력자들과 대결을 펼치는 내용이 그려졌다. 그 결과 민경훈은 3라운드에서 탈락했고, 박경원이 최종 우승자로 선정됐다.
이날 민경훈은 엉뚱한 행동들과 솔직한 답변들로 예상치 못한 예능감을 뽐냈다. “왜 ‘히든싱어4’에 나오기 싫었냐”는 질문에 “그냥 나오기가 싫었다”고 답했고, “그럼 왜 나온 거냐”는 질문에는 “회사에서 나가라고 했다”며 취지의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또 첫 번째 미션곡 ‘겁쟁이’를 소개하며 민경훈은 “이 곡이 없었다면 우리의 미래는”이라며 말을 흐렸고 전현무가 대신 “없었을 것이라고요?”라며 정리해줬다. 이때 민경훈의 조용한 한마디가 압권. 그는 “말 정말 잘하시네요”라며 해맑게 말했다.
허당의 매력도 느껴졌다. 2라운드 탈락자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경훈은 “지금 누가.. 저 아니죠?”라며 허둥댔다. 버즈 멤버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민경훈은 모성애를 자극하는 ‘여림’도 갖고 있었다. 버즈가 해체했을 당시의 심경과 솔로로 활동했을 때의 외로움을 밝히며 눈물을 보인 것. 이에 모창능력자들은 재결합 후 발표한 ‘나무’를 열창했다. 관객들이 ‘버즈 어게인’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하는 장관 역시 펼쳐졌다. 추억의 노래를 재발견한 이상의 감동을 자아냈다. 민경훈은 눈물을 꾹꾹 참아냈다.
이쯤 되니 왜 이렇게 모창능력자들이 “형이 너무 좋아서 나왔어요”, “형 뽀뽀 한 번만 해주세요”, “군대에서 형 노래 들으면서 달달하게 잠들었어요”, “관물대에 형 사진 붙였어요”라며 무한한 애정을 뿜어냈는지 알 것도 같았다. 특히 민경훈은 “닮고 싶을 정도로 잘생겼고”라며 자신을 칭찬하는 모창능력자에게 계속하라면서 손짓을 했다. 광대가 폭발할 지경이었다. 이에 송은이마저 독특한 민경훈 캐릭터에 감동한 듯 “저렇게 희로애락이 강한 사람은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지금까지 민경훈을 ‘쌈자신’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 미안할 만큼 민경훈은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었다. 이번 ‘히든싱어4’ 민경훈 편은 주옥같은 명곡보다도 인간 민경훈을 재발견하는 시간이 됐다. / besodam@osen.co.kr
[사진] '히든싱어4'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