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두 여자 사이에서 불륜을 저지른 나쁜 남자일뿐만 아니라 지금도 충분히 이기적인데, 이상하게 빠져들게 된다. 애틋한 눈빛과 툭툭 내던지는 한 마디가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저 바라보고, 함께 이어폰을 꽂고 나란히 서서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설렐 수가 있다니. 이것이 바로 배우 지진희의 탄탄한 연기 내공이 빚어낸 결과다.
지진희는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에서 천년제약의 후계자 최진언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최진언은 4년 전 냉정하게 변해버린 아내 도해강(김현주 분)과 이혼을 했다. 과거 열렬히 사랑했던 해강이 결혼 이후 냉혹한 변호사가 되고, 딸 은솔까지 죽게 되자 진언은 더 이상 해강을 보며 웃을 수 없게 됐었던 것.
그 때 진언에게 다가온 이가 바로 연구실 후배 설리(박한별 분)였다. 설리는 과거 진언이 사랑했던 해강을 참 많이 닮았었다. 이에 진언의 마음이 흔들렸고, 폭발사고를 계기로 진언은 해강과 이혼을 하게 됐다. 그렇게 4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귀국해 집으로 돌아오던 길, 진언은 집 앞에서 해강을 만났다.
하지만 해강은 진언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혼 직후 의문의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었기 때문. 이에 해강은 독고용기라는 이름으로 새 삶을 살고 있었다. 이를 모르는 진언은 처음엔 해강이 자신을 모른 척 하는 거라 생각하고, 그 이유를 알고자 해강 주위를 맴돌았다. 그리고 해강이 기억을 잃었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알게 된 진언은 지난 날을 후회했고, 해강을 끌어안고는 눈물을 흘렸다. 진언의 사랑은 오직 해강뿐이었다.
특히나 진언은 지난 17일 방송된 15회에서 해강을 흔들지 말라는 백석(이규한 분)에게 “내가 아는 건 내 아내다. 당신 옆에 있는 사람 독고용기가 아니라 내 아내다. 모두가 아니라고 해도 난 안다. 그냥 안다. 아내가 날 기억 못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모든 사람들이 해강을 독고용기라고 했지만, 그만은 처음부터 끝까지 해강을 자신의 아내라 믿었다.
또 진언은 진언은 행복하게 웃던 해강을 떠올리며 마음 아파했다. 술이 잔뜩 취해 해강에게 전화를 건 그는 “보고 싶어 미치겠다”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뒤 해강과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아무리 아직 설리와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의 옆에 있는 사람은 설리가 분명하다. 게다가 진언은 앞서 화를 내는 설리에게 해강을 잊겠다는 약속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설리는 안중에도 없이 “아무하고도 결혼 안 할 것”이라고 선언을 하는 것도 모자라 해강과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분명 자신만 생각하는 참 이기적인 남자다. 백석이 “내 여자와 내 동생에게 행동 똑바로 해라”고 화를 내는 게 당연한 상황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전혀 미워할 수가 없다. 여성 시청자들은 해강을 바라보는 진언에 설렌다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날 방송 말미 두 사람이 함께 이어폰을 꽂고 손을 잡은 채 담벼락에 기대 음악을 듣는 장면은 두 사람의 애틋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명장면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간에는 ‘욕받이’다 싶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비난을 받았던 지진희에 대한 반응 역시 호평으로 돌아섰다. 지진희는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 깊은 눈빛, 애틋한 표정, 꿀을 바른 듯한 목소리 등으로 진언이란 캐릭터에 설득력을 불어넣고 있다. 원래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손꼽혔지만, 이번 드라마에선 더욱 섬세한 감정 연기로 여심을 완벽히 사로잡고 있어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만들고 있다. 밀어내려 해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진한 남자의 매력을 한껏 표출하고 있는 지진희가 최진언을 얼마나 더 멋진 캐릭터로 만들어줄지 궁금해진다.
한편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와 절망의 끝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 극과 극 쌍둥이 자매의 파란만장 인생 리셋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parkjy@osen.co.kr
[사진] ‘애인있어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