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스무살'은 대본 연기 연출 등 어느 하나 놓치지 않는 철두철미한 로맨스 드라마였다. 마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풍문을 비웃기라도 하듯 최지우와 이상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예쁜 사랑을 이뤘다.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말이다.
매주 금, 토요일마다 TV앞으로 불러들인 '두번째 스무살'(극본 소현경, 연출 김형식)은 꽃다운 열아홉세의 어린 나이에 덜컥 아이 엄마가 된 하노라(최지우 분)가 다시 한 번 스무살로 돌아가 대학캠퍼스를 누리는 이야기다. 15학번 새내기 하노라와 스무살 친구들의 소통을 그린 '청춘 응답프로젝트'를 표방한다.
20대 청춘들은 물론 30~40대 중년들의 마음을 파고들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지난 8월 28일 방송된 1회가 tvN 역대 금토드라마 첫방송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작한 것이다. 평균 3.8%, 최고 5.8%(케이블, 위성, IPTV 통합 가구 시청률 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자체 최고시청률 6.965%를 찍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소현경 작가의 힘이 컸다. 대사 하나 하나 가슴을 파고들며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리고 애틋한 첫사랑이 누구에게나 추억이란 이름으로 가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힘겨운 세상 속에서도 포근했던 그 기억으로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을 선사했다.
특히 이 드라마에는 우리가 자라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꿈을 꾸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취업전선에 뛰어든 모습까지.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배경은 달랐더라도 전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성장하면서 경험했던 모습과 닮아 있었기에 공감이 갔다.
최지우, 이상윤의 커플 연기가 대본에 힘을 실었다. 특히 최지우의 아줌마 연기가 호평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하노라의 순수한 소녀 감성부터 모성애 강한 엄마의 마음까지 두루 두루 소화해냈다. 매력적인 '츤데레 교수' 차현석 역할을 맡은 이상윤과 티격태격하면서 비주얼로서도 손색 없는 호흡을 자랑하며 재미를 배가시켰다. 두 사람의 얼굴이 한 화면에 잡히면 눈이 정화되는 듯 즐거웠다. 최지우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외모로 대학생의 풋풋한 매력을 여과 없이 발산했다.
첫사랑을 닮은 아름다운 영상미도 한몫을 더했다. 주인공들의 '심장 저격' 연기에 감성을 자극하는 서정적인 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더한 것. '유령' '싸인' '외과의사 봉달희' '프라하의 연인' 등 인기 드라마를 연출했던 김형식 PD 특유의 섬세함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두번째 스무살'도 그의 성공작 대열에 추가됐다.
현재 국내 안방극장에는 로맨스 드라마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시시콜콜한 사랑 이야기에 식상함을 감추지 못하는 시청자가 많다. 터무니 없이 사랑에 빠지는 두 남녀의 모습에 재미가 반감되는 것. 하지만 '두번째 스무살'은 대본 연기 연출력이 한 드라마를 어떻게 명품으로 만드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이런 로맨스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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